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이변없이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결정됐다.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를 넘어 오스카까지 품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기생충'을 해당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한 심사위원 일동은 "많은 고심과 토론 끝에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후보로 '기생충'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칸 영화제 수상을 필두로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 영화계의 화제작이라는 점, 감독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는 점, 현재 한국영화의 예술적, 기술적 완성도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미국 현지 배급을 맡은 회사의 신뢰도와 역량이 수일하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고 설명하며 "아카데미 본선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올해 후보작은 '기생충(봉준호 감독)' 포함 총 8편으로 '암수살인(김태균)' '우상(이수진 감독)', '스윙키즈(강형철 감독)' '벌새(김보라 감독)' '말모이(엄유나 감독)' '증인(이한 감독)', '항거(조민호 감독)' 등 작품이었다.
'기생충'은 미국 현지에서도 본격적인 아카데미 레이스를 펼친다. 앞서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 등 다수의 미국 영화 매체들은 "북미 배급사 네온이 '기생충' 개봉을 10월 11일(현지시간)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10월 북미 개봉은 매해 2월 개최되는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노미네이트를 위한 포석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 일명 '오스카 시즌'으로 불리며, 시상식이 열리기 5개월 전 개봉해 캠페인을 시작한다.
뉴욕타임즈는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아카데미 후보를 일찌감치 점치며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지만 '기생충'은 너무나 강력해 배급사인 네온(NEON)이 일처리를 제대로만 한다면 외국어영화상은 물론, 감독상과 각본상에도 노미네이트 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다면 한국 영화로는 또 하나의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전작이자 할리우드 진출작 '옥자'(2017)가 90회 아카데미시상식 시각효과상 예비 후보에,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버닝'(이창동 감독·2018)이 91회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는 탈락했다.
이와 관련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아카데미시상식은 한국 시상식 구조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후보를 투표할 수 있는 투표권자 숫자가 전 세계 5000~7000명 사이다. 흡사 지자체 선거 운동과 비슷하다. 배급사와 스튜디오가 공을 많이 들이는, 속된 말로 밀어주는 작품이 있고, 각 스튜디오에는 전담 부서도 있다. 그들은 매년 오스카 관련 예상안을 책정해 장기간 선거 운동 하듯 자료를 만들어 뿌리고 홍보한다"고 깊이 있게 설명했다.
또 "뉴욕타임즈도 그런 상황을 전제로 배급사를 이야기 한 것 같다"며 "노미네이트 과정은 기간도 길고 꽤 복잡하다. 설레발을 치고 싶지는 않다.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실망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작품 고유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잘 되면 기쁘고, 좋고, 흥분되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카데미시상식은 국제영화제가 아닌 미국시상식이다. 외국 손님들을 끼워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집착할 부분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시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이 열광한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기생충'을 더 널리 널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생충'이 걷는 모든 행보가 의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무후무한 결실을 맺으며 이미 한국 영화계 전설이 된 '기생충'이 또 한 번 기분좋은 소식을 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