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연합뉴스 제공]삼성전자는 29일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이 나온 직후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또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파기 환송심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리는 호소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으면서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사건 중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본 정유라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파기환송 전 2심에서 뇌물로 판단한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원 뿐만 아니라 추가로 뇌물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이 부회장과 관련한 뇌물 등의 액수가 5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뇌물액이 모두 회삿돈에서 지급됐기 때문에 전액 횡령액으로 인정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특경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석방된 바 있다.
재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행으로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해지고, 미·중 무역전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나온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은 "경영계는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