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철(47) 신임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제시한 '첫 번째 목표'다. 여자축구 발전을 꿈꾸는 '최인철호'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첫 본선 진출을 이루고 2023 월드컵 16강 이상을 달성해 사랑받는 대표팀으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최 감독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2020 도쿄올림픽 진출을 목표로 사상 첫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여자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 감독은 2008년부터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을 지도해 2010년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3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고, 같은 해 여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이후 2012년 WK리그 인천현대제철 감독으로 부임, 6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올해도 현재진행형으로 7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장은 "최 감독은 약 20여년 가까이 여자축구 지도자로서 여자축구 발전에 대한 열정과 비전, 그리고 각별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점, WK리그에서 보여준 성적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성과를 평가한 뒤 2년 뒤 2023 여자월드컵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란 중책을 맡겨준 대한축구협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단기적인 부분에서 대표팀 운영에 대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2010년 당시 U-20 월드컵 나가서 3위하고 바로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그 땐 지금보다 더 젊고 패기 있었지만 경험적인 면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얘기한 최 감독은 "전술적 운영이나 선수들과 소통 등 면에서 '조금 더 좋았다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8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나도 조금 더 성숙해졌고 선수들과 신뢰감 같은 부분에도 많이 신경쓰고 있다. 선수들과 신뢰, 소통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감독은 선수 선발, 다음달 4일과 7일로 예정된 미국 원정 2연전을 시작으로 이어질 일정 등을 설명한 뒤 "12월 17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안컵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을 목표로 상대 국가 전력을 파악하겠다. 도쿄올림픽 진출 위한 교두보로 삼아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마침 제주도가 내년 2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개최지로 선정돼 '홈 어드밴티지'도 얻게 됐다.
최 감독은 "부담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기회고 국민들의 응원 속에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문화, 음식, 환경 등 여러 면에서 훨씬 좋게 준비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내내 "여자축구 생각 밖에 없다"고 수 차례 강조한 최 감독은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던 세대교체도 올림픽 이후로 미뤘다. 세대교체를 위해 기존 노장 선수들을 다 배제하고 신인 선수로 바꾼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오랜 경험을 가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노장과 신인을 잘 융합하고자 한다.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대회 끝난 뒤 세대교체를 단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 이후에도 전도유망한 선수 면밀히 관찰해서 2023년 월드컵 진출해 16강 이상 이루는 게 대표팀 감독으로서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자축구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최 감독은 "미래를 위해서는 세계적 트렌드에 맞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국내 스태프와 호흡 맞출 외국인 스태프를 물색하는 중"이라며 "연령별 대표팀과 대표팀의 연계성도 중요하다. A대표팀을 중심으로 U-20과 U-17팀이 일원화된 구조로 통일성을 갖고, 현대축구에 맞는 트렌디한 방식으로 꾸려갈 수 있게 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 감독이 요청한 A매치, 상비군 설치 등 여러 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부를 밝히는 최 감독의 목소리는 당당했지만, 이루기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들이다. 그건 여자축구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최 감독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최 감독은 "여자축구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 선수는 점점 줄어들고 저변은 축소되고 있어, 인프라 확보도 매우 어려운 국면"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여자축구 인프라를 개선시키기 위해 대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표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최 감독은 "스토리가 있는 대표팀, 문화적으로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대표팀이 됐으면 한다"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갈 수 있는 대표팀, 한 번 성적으로 관심 받는 게 아닌 모두가 좋아하고 관심갖는 성숙한 대표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