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은 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10일째 남자 단식 준준결승(8강)에서 디에고 슈와르츠만(27·아르헨티나·21위)을 3-0(6-4, 7-5, 6-2)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슈와르츠만은 170cm의 단신에도 불구하고 2017년 US오픈과 지난해 윔블던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세 차례나 메이저 대회에 진출하며 '20대 돌풍'의 한 축을 담당한 선수였다. 이번 대회에선 세계랭킹 6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2·독일)를 꺾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서도 1세트 게임 스코어 0-4로 끌려가다가 연달아 4게임을 따내며 팽팽히 맞섰고, 2세트에서도 1-5로 패색이 짙은 와중에 5-5까지 따라붙는 끈질긴 저력을 보였다. 나달의 아성에 도전하는 슈와르츠만의 젊은 패기와 끈기에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2만 3000여 관중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나달은 나달이었다. 나달은 슈와르츠만의 추격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두 세트를 먼저 가져왔다. 3세트 경기 도중 왼쪽 팔 통증으로 마사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달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굳건한 나달의 플레이에 슈와르츠만이 먼저 흔들렸고, 결국 3세트까지 싹쓸이한 나달이 승리의 포효를 울렸다.
이로써 나달은 2017년 우승, 지난해 4강에 이어 3년 연속 US오픈 4강을 달성했다. 또 2010년과 2013년, 2017년에 이어 US오픈 통산 네 번째 우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동시에 나달은 이번 대회 '빅3' 중 유일한 생존자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이번 US오픈에선 '빅3'로 군림 중인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1위)와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가 상대적으로 일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조코비치는 16강에서 어깨 부상을 이유로 기권해 탈락했고, 페더러는 8강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8·불가리아·78위)에게 2-3(6-3, 4-6, 6-3, 4-6, 6-2)으로 패해 대회를 마무리했다.
'빅3'의 조기 탈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홀로 살아남은 나달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남자 테니스는 조코비치-나달-페더러로 이어지는 '빅3'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골고루 나눠가지며 장기집권 체제를 굳혀왔다. 2017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한 페더러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조코비치의 윔블던 우승까지 최근 11개 메이저 대회를 이 셋이 휩쓸었다.
그러나 이번 US오픈에선 나달이 홀로 신예들의 도전에 맞서는 상황이 됐다. 이미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디미트로프와 다닐 메드베데프(23·러시아·5위) 그리고 나달-슈와르츠만 경기에 앞서 4시간 여의 혈투 끝에 가엘 몽피스(33·프랑스·13위)를 꺾고 4강에 오른 마테오 베라티니(23·이탈리아·25위)까지, 대진표를 채운 20대 선수들의 돌풍 속에 나달이 '빅3'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달은 베라티니와 7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