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일곱 번째 우승을 향해, '라이언 킹' 이동국(40)의 '우승 DNA'가 꿈틀거린다.
이동국은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29라운드 상주 상무와 홈 경기에 후반 27분 교체로 투입됐다. 경기는 전반 41분 터진 로페즈(29)의 선제골로 전북이 앞서가다가, 후반 24분 김건희(24)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팽팽하던 상황이었다. 한 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들어선 '베테랑' 이동국은 별명 그대로 사냥할 기회를 노리는 사자처럼, 침착하게 상주 진영을 배회했다. 기회가 찾아온 건 후반 37분, 손준호(27)가 문전의 한교원(29)을 보고 올려준 크로스를 김경중(28)이 머리로 걷어냈다. 그러나 흘러나온 공을 기다리던 이동국이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상주의 골망을 흔들며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경기는 그대로 전북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날 이동국이 터뜨린 이 결승골은 올 시즌, 유례없이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인 전북에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승점 3점을 안겼다. 승점 3점을 추가한 전북은 18승9무2패(승점63)를 기록하며 같은날 경남FC와 3-3으로 비긴 2위 울산 현대(17승9무3패·승점60)와 승점차를 3점으로 벌렸다. 매 라운드 울산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선두 경쟁을 이어가던 전북으로선 이 승점 3점의 여유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4경기, 스플릿 라운드를 더해도 9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 레이스를 앞서가게 된 터라 조세 모라이스(54) 감독의 얼굴에도 환하게 웃음꽃이 피었다.
중요한 순간, 해야할 때 해주는 '해결사' 이동국의 면모가 제대로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전북을 지탱하는 '맏형'이자 살아있는 K리그의 역사, '기록 제조기' 등 여러 가지 별명을 안고 있는 이동국이지만 이번 여름은 잠잠했다. 그는 7월 14일 '라이벌' 울산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후 좀처럼 골맛을 보지 못했고,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선발보다 교체로 나선 시간이 많아 출전 시간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 그러나 이동국은 팀이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벼락같은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그의 몸 안에는 여전히 '우승 DNA'가 살아 꿈틀거린다. 'K리그1 1강' 체제를 굳히며 신흥 명문으로 자리매김한 전북의 우승 역사는 이동국과 함께 한다. 이동국은 전임 최강희(60) 감독의 부름을 받아 전북 유니폼을 입은 2009년, 팀에 창단 15년 만의 첫 우승을 안겼다. 그 스스로도 리그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며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고 이후 2011년과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으로 이어지는 전북의 통산 6회 우승을 모두 앞장서서 이끌었다. 전북이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이동국은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최 감독이 떠나고 맞이하는 첫 시즌, 이동국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맏형으로서, 또 6회 우승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한 '클럽 레전드'로서 경기장 안팎으로 많은 책임이 뒤따랐다. 그리고 이동국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성실히 완수하는 중이다. 한동안 침묵했던 발끝을 가장 중요한 순간 폭발시키며 우승 레이스에서 한 발 앞서도록 이끈 이번 경기처럼 말이다.
하나 더, 이날 경기 득점으로 이동국은 개인 통산 공격 포인트 299개(222골 77도움)를 기록했다. 골이든 도움이든 하나만 더 올리면 통산 K리그 최초의 300 공격 포인트 달성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올 시즌 이동국의 기록은 7골 2도움. 시즌 종료 전까지 이동국이 또 하나의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