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혁은 tvN '60일, 지정생존자'에 나오며 '잘생겨서 더 짜증 난다'는 색다른 댓글을 받았다. 테러 배후에 또 다른 지정생존자로 이용당한 젊은 정치인 오영석으로 분한 이준혁은 주인공 지진희(박무진)와 대립각을 세우며 시청자를 헷갈리게도, 분노하게도 했다. '비밀의 숲'에 '지정생존자'까지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난 터라 실제 성격이 궁금했다.
북카페 같은 공간에서 만난 이준혁은 외모처럼 차갑고 도도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털털하고 편안했다. 다이어트에 대해 묻자 간략하게 답할지, 자세히 답할지를 물어왔다. 연애에 관한 질문엔 "여자친구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평생 결혼 안 한다는 것 아니다"는 걸 강조했다.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 예능이 두렵다고 했지만, 느릿한 말투 속 허를 찌르는 위트가 있었다.
-박무진처럼 주변의 말을 많이 듣는지, 오영석처럼 자기를 믿는 편인지. "특별히 정해져 있진 않다. 대신 주변에 오래된 사람들의 말은 잘 듣는다. 실제 오영석 같은 성격이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시대에 따라서는 오영석의 논리가 맞을 수 있고, 오영석이 굉장히 좋은 리더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은 맞지 않다."
-그럼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나. "이상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을 봤다. '인간이 예전보다 얼마나 덜 폭력적인가'에 대한 책이다. 과거에 비해 동물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장면이 얼마나 줄었는가를 봤더니 거의 없어졌다. 많은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지만 점차 덜 폭력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걸 위해 싸우고 있고. 이상적이라는 건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잊어버리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에 다들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그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다. 행복이라는 것도 명확하진 않지만 추상적으로라도 생각해야만 한다." -예능에 나가보면 어떨까. "예능이 실제 모습인가? 예능 안에 새로운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서 더 부담스럽다. 예능을 싫어하는 건 아니고 캐릭터 플레이도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별 게 없어서 재미없을 것 같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이 마음아파하는 걸 보는 게 슬플 것 같다. 그래서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예전에 드라마 홍보차 '안녕하세요'에 나간 적이 있는데, 질문을 받고 2초 정도 얼버무리면 바로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더라."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던데. "만화는 가끔 그리는데 제일 최고의 취미는 영화 보기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거다. 그때는 지금처럼 멀티플렉스도 없던 시대여서 초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영화에 대해서는 나한테 많이 물어봤다. 대답 해줘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요즘은 잘 못 봤다. 예술영화는 괜찮은데, 상업 영화는 혼자 보기가 그렇더라. 상업 영화는 옆 사람과 즐기는 유원지 같은 거로 생각하는데, 놀이공원에 혼자 가는 느낌이다. 반응이 더 궁금하고, 같이 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연애는 안 하나. "여자친구는 없다. 원래 인생은 외로운 거다. 잘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
-외로움을 안 타는 건가. "아니, 외롭다. 외로워한다. 지금 그냥 기회가 없을 뿐이다. 워낙 잘 안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렇다고 '평생 결혼 안 한다' 그런 것 아니니 오해 말았으면."
-쉬지 않는 이유는. "사실 엄청나게 쉬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냥 하니까 하는 거다. 사람이 안 쉬고 일만 하는 게 건강한 삶은 아닌 것 같다. 잘 쉬고 잘 일하는 세상이 되어야지.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이 일이 밤새우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더 다른 사람들도 잘 쉬고 잘 놀고 그랬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안 하는 편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거에 생각한 미래가 그 미래던가. 과거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그때 잘 살아라'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그냥 현재, 지금에 충실해지고 싶다."
-이준혁의 꿈은. "제일 가까운 사람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더 능력이 있다면 그 범위가 더 커질 거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