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스 준이라는 활동명보다 이준영이라는 본명이 더 익숙하다. 연기 데뷔작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안방극장 러브콜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이별이 떠났다'로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무서운 신예임을 증명했고 올해는 OCN '미스터 기간제'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게다가 11월 방송될 SBS 수목극 '굿캐스팅', 내년 방송될 KBS 2TV '나래, 박차오르다'까지 차기작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이준영이 매 작품 다른 매력으로, 더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렬한 역할이었다. "오디션 당시엔 이 캐릭터가 살인자인 줄 몰랐다. 그냥 완벽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로만 알고 갔다. 감독님이 유범진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완벽한 것 같지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랬더니 '그거야, 그거'라고 했다. 그런 솔직함 때문에 오디션에 붙은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몰랐고, 처음엔 어려웠다."
-어떤 점이 어려웠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갈피를 잡은 건 첫 대본 리딩 끝난 이후였다. 감독님이 '범인이 누구일 것 같냐'고 하길래 아빠(김민상)인 것 같다고 했더니, 내가 범인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방향성을 찾았는데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범인인 걸 알고 나니 내가 뭘 해도 범인 같았다. 그런 걸 덜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악역이나 사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물론 조금 덜 완성된 소시오패스다. 유범진은 학교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자기가 하는 일이 항상 완벽했는데, 삐거덕거리기 시작하자 이성을 잃는다고 해석했다. 초반, 중반, 후반을 나눠봤을 때 변화하는 과정이 뚜렷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극적인 반전이 있어야 했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초반엔 아예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고 중반에는 중요한 포인트마다 아닌 척하면서도 '얘가 범인인가?'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연구했다. 순간순간 변하는 표정에 신경을 썼다."
-악역을 해본 소감은. "힘든 것보다 재밌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났다. 유범진이라는 친구가 안쓰럽기도 했다. 어쩌다가 이런 괴물이 됐을까. 주변 환경이 어땠길래. 나중에 아이를 낳더라도 주변 환경을 잘 조성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범진에게는 완벽해야 한다는 게 강박이었는데, 그 강박감이 주변 환경 때문에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쌍했다." -윤균상과 대립하는 신이 많았는데 이길 자신 있었나. "이길 자신이라기보다는, 예전보다 상대방의 리액션을 보게 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긴 것 같아서 걱정되지 않았다. 옛날이었다면 '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엔 윤균상이 주는 걸 자연스럽게 받고, 나도 똑같이 주려고 노력했다.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형의 리액션, 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규진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너무 편했다. 둘 다 낯을 가리는데 둘만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의지를 많이 했다. 둘이 붙는 신이 있을 땐 리허설을 많이 하고 많이 맞춰봤다. 신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그저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번엔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굿 캐스팅'을 찍고 있다고. "톱배우를 맡고 있다. 잘나가는 A급 배우다. 그렇지만 좀 재수 없는 역할이다. 그래서 머리도 염색했다. 솔직히 그 사람들의 삶을 몰라서,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대본을 보면서 누리고 있다. 'A급이 되면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구나!' 그러면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