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6) LG 감독이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팬들에게 호소했다. 이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LG 구단만이 달성 가능한 100만 관중 돌파를 위해서다. 이번 시즌 여러 악재로 인한 큰 관중 감소로 KBO 위기론이 대두한 가운데 LG에 주어진 특명이다.
LG는 29일 두산과의 잠실 홈 경기서 시즌 네 번째 매진을 달성했다. 29일까지 총 관중은 98만 8358명. 잔여 경기와 관계없이 올 시즌 홈 최다 관중 1위를 확정했다. 30일 잠실 롯데전에 1만 1642명의 관중이 찾으면 LG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만 관중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 경우 10년 연속 100만 관중 달성까지 함께 이룬다.
KBO는 올 시즌 관중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LG보다 2269명의 관중을 더 불러들여 최다 관중을 모은 두산은 내달 1일 잠실 NC전 매진을 이뤄도 100만 관중에 1만5607명이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이미 홈 72경기를 모두 소화한 가운데 98만2962명의 홈 관중을 기록했다. 새 구장 효과를 얻은 NC(71만274명)를 제외하면 나머지 6개 구단은 70만 관중 문턱도 넘지 못했다.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LG는 두산과 함께 관중 동원에 몇몇 이점을 안고 있다. 창단 역사가 깊다. 가장 큰 수도권 시장을 안고 있어 원정 팬 방문도 타 구단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하지만 LG의 100만 관중 도전은 지리적 요소 외에 여러 요소가 작용했다. 열성적인 홈팬들의 성원이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뒤 2013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까지 긴 암흑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2003년부터 2005년, 또 2007년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이 기간 유광점퍼는 홈팬들에게 가을야구의 염원이 담긴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팀 성적이 나빠도 LG는 항상 연도별 총 관중에 있어 TOP 3에 들었다.
LG는 관중 관련 기록에서 최초, 최다 기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올해 4월 21일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3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또 KBO 리그 출범 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13차례나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두산이 10차례, 롯데가 9차례로 LG의 뒤를 잇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LG가 가장 많은 관중을 보유한 팀 아닌가. 우리가 많이 이겨야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방문한다"며 "그럼에도 팀이 이기든 지든 팬들이 열렬히 응원해줘 행복한 감독인 것 같다"고 반겼다.
구단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9일 개최한 이동현(36)의 은퇴식이 그랬다. 이동현은 "사실 은퇴식이 열릴지 몰랐다"며 "KBO에 족적을 남긴 기록도 딱히 없고, 국가대표 기록도 없는 내게 프랜차이즈 대우를 해주셔서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LG 구단과 차명석 단장은 "남은 인대를 LG에 바치겠다"며 세 차례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한 이동현을 위해 공식 은퇴 선언까지 만류했을 정도였다. 지난 8월 말 은퇴 의사를 굳힌 이동현에게 '구단에서 은퇴식을 성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우해 선수와 팬들에게 박수받고 있다.
구단도 100만 관중 목표 달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홈쇼핑을 통해 티켓 판매에 도전했다. 일반 예매보다 할인율을 높이고, 조기 예매, 식음료 교환권 등을 제공하는 등 티켓 판매 경로를 넓히며 더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도록 노력했다.
LG의 100만 관중 도전은 리그를 위해서도 의미 있다. 지난해 대비 10% 관중 감소가 이뤄진 올 시즌, LG의 100만 관중 도전은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상징성을 지녔다는 평가다. 올 시즌 한국 야구가 여러 숙제를 확인한 가운데 시즌 막바지에 매진 사례를 이룬 건 향후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인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류중일 감독은 29일 경기에 앞서 매진 여부에 관해 물으며 "서울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며 "100만 관중을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30일 월요일에 서울 지인들을 잠실에 총출동시켜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이동현이 팬들에게 한 마지막 당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의 마지막 소원, LG 트윈스 팬들의 힘을 빌리려 합니다.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우리 올해도 100만 관중 돌파했으면 합니다. 우리 선수들을 위해 여러분이 트윈스 팬임을 꼭 증명해주세요"라고 적었다. 100만 관중 돌파는 선수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30일도 야구장에 출근한다. 혹시라도 사인을 못 받으신 분이 있다면 30일에 꼭 해드리겠다. 팬들이 잠실구장에 나와 응원해주시면 구단도 명예스럽고,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