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를 비롯한 대형 신인의 등장과 치열한 순위 싸움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풍부했다. 여기에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팔꿈치 부상에 부진이 겹쳐 KBO 리그로 유턴한 오승환(삼성)과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강정호(전 피츠버그) 등 아쉬운 요소도 있었지만,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최지만(탬파베이)의 한해는 뜨거웠다.
류현진은 지난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길었던 어깨 수술 재활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구단이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1790만 달러·214억원)를 수락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즌으로 관심을 끈 올해 초반 출발은 불안했다. 사타구니 근육 손상으로 부상자명단(4월 10일)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전반기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올스타전 선발 투수라는 영예를 안았다. 후반기 한때 4경기 연속 부진(8월 18일 애틀랜타전~9월 5일 콜로라도전)에 빠지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페이스를 회복해 깔끔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성적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투수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간 건 올해 류현진이 처음이다. 핀포인트 컨트롤에 현란한 볼 배합이 조화를 이루면서 메이저리그 최고 기술을 발휘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100마일(160.9km/h)의 강속구 투수가 범람하는 요즘 추세를 고려하면 90마일(144.8km/h)을 살짝 웃도는 구속으로 이런 성적을 냈다는 건 그의 뛰어난 '투수 IQ'를 느끼게 한다. 9이닝당 볼넷도 1위(1.2개), 구장 팩터가 적용된 ERA+도 179로 평균 투수보다 무려 79%나 높은 수치로 1위였다. 이제 포스트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어떤 FA 계약을 끌어내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맏형' 추신수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3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151경기에 출전해 통산 7번째이자 3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했다. 특히 본인의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홈런 24개를 때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36세 이상 선수 중 3위에 해당한다. OPS도 0.826으로 개인 커리어 하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득점권 타율도 0.296으로 3할에 육박했고 도루도 2013년 20개 이후 가장 많은 15개를 성공했다. 실패는 단 하나였다.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건 포지션이다. 지명타자 출전이 62회, 우익수 42회, 좌익수 40회였다. 지명타자 횟수가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85회) 대비 크게 줄었다. 체력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다는 게 의미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후반기 성적이 떨어졌다. 후반기 타율이 0.234(전반기 타율 0.288)에 그쳤다. 그래도 1년 전 3개에 그쳤던 후반기 홈런을 11개로 끌어올렸다는 건 고무적이다. 내년이 FA 계약 마지막 해라 어떤 성적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의지에 따라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최지만은 잊지 못할 시즌을 만들었다. 공격 전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363)과 장타율(0.459)을 합한 OPS도 0.822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포스트시즌 출전까지 경험하게 돼 겹경사가 생겼다.
우려를 불식시켰다. 1루수로 장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20개에 육박하는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9월에만 6개를 몰아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선구안은 그대로 유지했다. 적극적인 세리머니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린 점도 긍정적이다. 보강할 부분도 분명하다.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0.210(오른손 투수 타율 0.274)으로 낮다. 홈런도 2개에 불과하다. 후반기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득점권 타율도 0.250에 그쳐 중심 타자로선 살짝 부족한 모습이었다.
존재감은 빛을 발했지만,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팀원이 젊고 예산을 절약하는 탬파베이는 네이트 로우라는 젊은 유망주가 있다. 여기에 헤수스 아길라와의 계약도 남아있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주전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준 최지만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시즌임에는 분명하다.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감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방은 내년 시즌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벌써 2020시즌이 이들에겐 더욱 기다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