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강도를 잡은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배우가 여장으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할 줄 누가 알았을까.
배우 장동윤의 미모가 화제다. '잘생겼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 KBS 2TV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에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여장을 하고 과부촌에 잠입하는 전녹두를 맡았다. 여자보다 예쁜 미모를 과시하며 단 1회 만에 합격점을 받았다. 방송 전에는 여장남자라는 캐릭터에 대한 우려부터 장동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한 의문까지 확실하지 않은 카드였지만 이는 기우였다.
연출을 맡은 김동휘 PD는 장동윤을 보자마자 '이 친구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동휘 PD는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다. 활동 중인 젊은 배우들을 한 번씩은 만났다. 그런데 장동윤을 만났을 때 '이 친구다'라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연기도 좋았고 목소리도 좋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장동윤의 매끈한 목선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남자 배우의 목울대를 매 컷 CG를 해야 한다는 게 고민이었는데 장동윤은 목울대가 거의 없었다"고 캐스팅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를 밝혔다.
장동윤(전녹두)은 여장남자 하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노선을 택했다.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있지만,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과도한 화장을 하지 않는다. 메이크업은 최소화하고 옷도 수수하게 입는다. 여장했을 때 여자처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자 행색을 했을 때 남자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임무도 있다. 탄탄한 근육과 뛰어난 무예를 자랑하는 캐릭터이기 때문.
이를 위해 체지방을 걷어내는 다이어트를 했다. 살이 빠지면서 턱선이 살아나 여장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장동윤 측 관계자는 "원래도 운동을 좋아했는데 평소에 헬스보다 필라테스를 했다. 또 자전거와 걷기를 좋아한다. 몸무게 자체는 많이 줄지 않았지만 체지방이 많이 빠졌다. 또 젖살이 자연스럽게 빠졌다"고 전했다. 부피감이 크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근육으로 과부와 상남자를 오가야 하는 캐릭터에 적격인 몸매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장동윤과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건 목소리다. 어설프게 톤만 높인다면 희화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기본적인 발성은 보이스 트레이닝을 통해 잡았고, 지난 4월부터 김동휘 PD와 자주 만나 대본을 읽어보며 적당한 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장동윤은 "물론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도 있지만 남자일 때와 차이가 있어야 했다. 너무 높은음으로만 해서 우습게 되지 않도록 중간 점을 찾기 위해 많이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장동윤은 독특한 데뷔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흉기를 든 강도를 검거하는 데 기여하면서 뉴스에 출연했고, 훈훈한 외모가 화제가 돼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연기 데뷔했다.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는데, 데뷔 4년 차에 상남자를 연상시키는 에피소드와는 180도 다른 여장남자 캐릭터로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이제 겨우 4회(30분 기준 8회) 방송됐으나 시청자들은 "장동윤이 '녹두전'을 하려고 강도를 잡았나 보다"라며 전녹두가 장동윤의 인생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동윤이 20대 초반 병역을 해결했다는 점도 그의 미래가 밝은 이유 중 하나다. 연예계 관계자는 "또래 배우들이 군대를 걱정할 때인데 장동윤은 공백기 없이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녹두전'으로 좋은 시기에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