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한 24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BIFF)는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초청작 299편(85개국)을 상영했다.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는 145편(장·단편 합산 월드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관객들과 만났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일본 합작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애게(임대형 감독)'가 소개됐다.
부국제 공식집계 기준 올해 부국제를 찾은 총 관객 수는 18만9116명이다. 지난해 19만5081명에 비해 약 5000여 명 가량 줄었다. 참가 게스트는 8882명으로, 국내게스트 4446명, 해외게스트 1215명, 시네필 1258명, 마켓 2188명으로 확인됐다. 프로그램 이벤트는 굵직한 행사들로 '양보다 질'을 추구했다. 오픈토크 9회, 야외무대인사 22회, 마스터클래스 1회, 핸드프린팅 2회, 짧은 영화, 긴 수다 3회, 스페셜 토크 14회, 기자회견 7회, 부산시민공원 특별상영 10회가 치러졌다.
올해 부국제는 아시아영화의 수작 발견, 폭넓은 관객층의 참여, 커뮤니티비프의 성공적인 안착,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아시아필름마켓 등을 성공 사례로 꼽았다.
부국제 측은 "베트남, 파키스탄 등 세계무대에서 소외된 지역의 재능 있는 감독과 작품들을 발굴하여 소개하면서 아시아영화의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며 "되살린 남포동에는 영화제 공식상영을 비롯한 커뮤니티비프의 다양한 영화관람을 체험하는 장을 만들어 폭넓은 관객층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난해 신설된 커뮤니티비프는 영화제 안의 영화제로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며 "아시아필름마켓은 지난해 대비 22% 증가한 2188명의 참여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200개 업체가 부스에 참가해 다양한 콘텐츠의 홍보 및 판권 거래를 진행하였다. 방송 판권 거래에서는 200만불 이상의 상담 규모를 기록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유럽권 세일즈사도 참가했다"고 밝혔다.
'후반부' 살렸지만…'해운대 빈자리' 아쉬워
올해 부국제의 가장 큰 성과는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반쪽짜리 행사'에서 벗어났다는 것. 부국제는 매해 영화인들이 대거 입성하는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후반부까지 이끌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넷플릭스 '더 킹: 헨리 5세' 행사를 후반부에 배치하면서 전반부보다 뜨거운 후반부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부산을 달군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올해 부국제 최고의 스타였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전반부는 영화계 신구 스타들이 함께 하는 다채로운 행사들로 꾸며졌다. 2019년 흥행작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류승룡·이하늬·진선규·이동휘·공명, '엑시트(이상근 감독)' 조정석·윤아와 함께 '버티고' 천우희·유태오, '야구소녀' 이준혁·이주영, 김지미, 전도연, 배두나 등 작품과 세대 막론 스타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거장 박찬욱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오다기리 죠가 주말 메인 게스트로 확실한 전환점을 줬고,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 정해인, '미성년(김윤석 감독)' 김윤석·염정아·김소진·김혜준·박세진 등은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후반부를 책임쳐 의미를 더했다.
부국제 시그니처였던 해운대 비프빌리지 카드를 버린 초강수는 영화의 전당 시대가 익숙하게 자리잡기까지 '구멍'으로 남을 전망. 해변 무대 뿐만 아니라 영화제를 알렸던 포스터 길도 사라지면서 유동 인구가 몰리는 해운대에서는 정작 영화제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남포동을 살려내긴 했지만 완성도보다는 시험적 성격이 강해 변화를 위한 과도기임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올해의 배우 '에듀케이션' 김준형·문혜인
매회 관심도가 가장 뜨거운 올해의 배우상은 '에듀케이션' 배우들에게 돌아갔다. 남자배우상은 김준형, 여자배우상은 문혜인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배종옥·정재영은 김준형에 대해 "영화 속 현목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잔상과 여운이 오래 남아있다"고 전했고, 문혜인에 대해서는 "주인공 성희가 맞이한 혼동스럽고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고 예민한 연기력으로 빼어나게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뉴 커런츠 상은 베트남 '롬(짠 탱 휘 감독·베트남)'과 '하이파 거리(모하나드 하이얄 감독·이라크)'가 꼽혔다. '롬'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카메라 워킹이 합쳐져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빼어난 미술로 장소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촬영됐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오프닝과 엔딩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이파 거리'는 "영화 초반부터 형성되는 팽팽한 긴장감은 엔딩까지 이어진다. 원숙미가 느껴지는 영화이며, 영화 언어에 대한 감독의 높은 이해와 자신감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고른 성비의 출연진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인생의 곡예(사마드 술탄 쿠사트 감독·파키스탄)' '낯선 가족(프라디프 쿠르바 감독·인도)'이 올해의 지석상에 이름을 올렸다. '비전의 밤' 시상식에서는 '남매의 여름밤(윤단비 감독)'이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과 KTH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 등 4관왕 쾌거를 이룩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는 KBS독립영화상과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3관왕, '럭키 몬스터(봉준영 감독)'는 KTH상, '경미의 세계(김길자 감독)'는 CGK&삼양XEEN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