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0여 년 전만해도 미국과 일본이 만든 캐릭터 주수입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간판 IT기업이 직접 개발하고 키운 '토종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캐릭터 시장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한류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시장 장악력을 빠르게 늘리는 분위기다. 토종 캐릭터를 향한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국내 식음료와 패션뷰티 업계는 물론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까지 친근한 동물 캐릭터로 유명한 카카오IX의 '카카오프렌즈',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와 손을 잡으려 든다. 협업을 하는 제품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지금은 카카오·라인프렌즈 전성시대
카카오프렌즈를 운영하는 카카오IX는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모든 부문이 잘 됐다. 카카오IX는 매출 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 카카오프렌즈의 온·오프라인 상품 매출 증가, 캐릭터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 확대, 해외 시장 진출 등을 꼽았다.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리테일 부문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온라인 카카오프렌즈샵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판매 채널 확장, 상품 카테고리의 다양화, 채널별 맞춤 상품 기획 등이 시너지를 내며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진행되는 라이선스 수익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지난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수년간 정상을 지켜온 '뽀로로'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특히 인기 캐릭터 '라이언'는 사내에서 ‘라이언 상무’로 불렸는데,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카카오 정기 인사 때 ‘전무’로 승진할 만큼 위세가 좋다.
라인프렌즈의 매출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016년 101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973억원까지 늘었다. 업계는 라인프렌즈의 올해 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해외에서 장사가 잘 된다. 라인프렌즈는 전세계 14개 국가, 150여 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BTS와 손잡고 만든 캐릭터 'BT21'이 라인프렌즈에 변곡점이 됐다. BTS가 월드스타로 올라서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라인프렌즈 스토어에 BTS 팬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 라인프렌즈 이태원점은 지난 1일 한국관광공사가 총 137개국 2만22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BTS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한국 관광명소'를 발표한 결과 4위(11.8%)에 오를 정도로 BTS 팬의 '성지'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1조5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2조700억원에서 11년 만에 5배 급증한 수치다. 특히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모바일 메신저들의 캐릭터가 급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언 음료·아이팟 케이스까지…출시 하면 '완판'
캐릭터 인기가 치솟자 콜라보레이션을 하려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일단 손만 잡으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완판 행진도 걸을 수 있어서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3월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카카오프렌즈와 협업물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3~4월 한정 판매된 봄 시즌메뉴 ‘어피치 블러썸 라떼’와 ‘어피치 블러썸 티’가 대표적이다. 어피치 블러썸 라떼는 봄철 벚꽃을 연상하게 하는 핑크빛 음료 위에 캐릭터 어피치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마쉬멜로우를 토핑한 제품이었다. 봄 시즌 메뉴는 맛 못지않게 시각적으로도 큰 효과를 주면서 50만잔 가량이 팔렸다.
MD 제품도 잘 팔렸다. 이디야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와 협업물은 지난 5월 한 달 만에 10만개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카카오프렌즈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캐릭터와 잘 융합되는 맛과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 설정이 음료와 MD 모두 높은 판매량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카카오와 함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인 라이언, 오프라인 스토어 등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출시 제품마다 인기다. 지난 8월 선보인 ‘카카오프렌즈 조이라이드 리미티드 콜렉션’은 1차 물량이 하루 이틀새 모두 소진됐다. 특히 에어팟 케이스의 경우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광고주들은 홍보 모델에 민감하다. 어떤 스타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예인 광고 하나로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갑자기 뜨기도 하고, 반대로 주저 앉기도 한다. 모두가 선호하는 톱배우를 모델로 발탁한들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A급'으로 분류되는 스타의 몸값은 10억원 이상이다. 그마저도 각종 초상권 범위, 모델과 관련한 갑작스런 사생활 이슈 등장 가능성 같은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는 일반 톱모델과 달리 감수해야 할 사생활 리스크가 없다. 작업 과정이 수월하고, 경비 절감도 된다"며 "최근 키덜트 문화가 인기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인기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유통가의 협업 러브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