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은 KBO 리그의 한 시즌을 결산하는 축제다. 그래서 '가을 잔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스스로 초대장을 쟁취한 팀만 입장할 수 있고, 매 경기 결승전과 같은 총력전이 펼쳐진다. 관중으로 꽉 찬 가을 야구장의 함성과 열띤 응원전은 매년 10월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 14일과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키움의 플레이오프(PO) 1·2차전은 모두 매진되지 않았다. 만원 관중에 조금 모자랐던 것도 아니다. 이틀 다 2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1차전에는 1만9356명이 들어왔고, 2차전 관중은 이보다 2000명 가까이 줄어 1만7546명에 그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포스트시즌 티켓은 전량 온라인이나 모바일 예매로 먼저 판매한다.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다. 이때 표가 다 팔려나가면 현장에서는 표를 살 수 없다. 하지만 KBO가 2차전을 3시간 앞두고 현장 판매를 시작한 티켓 수는 무려 6800장에 달했다. 1차전의 현장 판매분 4600장보다 더 많았다. 그 결과 관중석의 약 30% 가량이 비어 있는 채로 2차전을 치러야 했다.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는 충분했다. SK와 키움은 2년 연속 PO에서 격돌했다. 지난해 두 팀의 5차전 승부는 포스트시즌 역사에 새겨질 만한 명승부였다. 올해 역시 두 경기 모두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펼쳤다. 1차전은 연장 11회까지 4시간 51분 혈투가 진행됐고, 2차전은 엎치락 뒤치락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다 1점 차 승부로 끝났다. 그런데도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끌어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다른 전국구 인기 구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이 적은 SK와 키움이 만난 것이 흥행에는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두 팀이 맞붙은 PO 역시 5경기 모두 만원 관중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관중 수 자체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것이 문제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이 붙은 PO 1차전과 2차전에는 각각 2만4219명과 2만3642명이 찾았다. 매진은 실패했지만, 적어도 올해 1·2차전보다 약 5000~6000명이 더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PO 3·4차전 관중 수도 벌써부터 관계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3차전에 1만3839명, 4차전에 1만1683명 관중을 각각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이보다 더 수치가 떨어진다면 자칫 포스트시즌 한 경기 관중이 1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진운'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KIA·롯데와 함께 3대 인기 구단으로 분류되는 LG가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렀지만, 티켓은 1차전과 4차전만 매진됐다. 1차전은 일요일 낮경기, 4차전은 공휴일인 한글날 낮경기로 치러져 흥행에 호재가 됐던 덕이다. 평일 저녁에 열린 2차전과 3차전은 모두 관중석을 꽉 채우지 못했다. LG의 인기로도 메울 수 없는 위기가 분명히 찾아온 셈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누적된 관중은 총 13만8148명. 아직 경기당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동시에 한국시리즈 흥행에 대한 위기감도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가을 잔치의 꽃이자 피날레인 한국시리즈는 현재 2015년 1차전부터 지난해 6차전까지 20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해의 우승팀을 가리는 무대답게 최근 4년간 빠짐없이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최근 부쩍 사그라지고 있는 야구 열기를 고려하면, 이제 이 연속 매진 기록마저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산의 티켓 파워는 여전하지만, 가장 최근 매진에 실패했던 한국시리즈 경기가 2014년 삼성과 넥센(현 키움)의 5·6차전이라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다.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에서만 치러진 2019년 가을 잔치. 그러나 '표 구하기 전쟁'은 사라졌고, 흥행에는 여전히 빨간 불이 켜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