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은 16일 열린 상무야구단과의 한국시리즈(KS) 대비 연습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호세 페르난데스를 기용했다. 페르난데스는 4타수 2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하며 오재일(4타수 2안타) 김재환(2타수 1안타)과 함께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22일부터 시작되는 KS에서도 중책을 맡을 게 유력하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페르난데스를 2번 타순(선발 90경기)에 가장 많이 배치했다. 4할이 넘는 그의 출루율을 활용해 중심 타선에 찬스를 연결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게감에서 차이가 크다. 당시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KS를 준비했다. 개막전을 맞이했던 지미 파레디스가 성적 부진(타율 0.138)을 사유로 6월 퇴출당했다. 뒤이어 영입된 스캇 반슬라이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전 동료로 기대를 모았지만, 파레디스보다 더 낮은 타율(0.128)로 9월 팀을 떠났다. 그 결과 외국인 타자 없이 KS를 치르겠다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국내 선수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렸지만, 공격 옵션을 하나 제외한 꼴이었다.
결과는 혹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김재환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외국인 타자에 팀 4번 타자까지 빠진 두산은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타선의 화력에서 차이가 컸다. 1승 1패에서 맞이한 3차전 SK 제이미 로맥에게 허용한 두 개의 홈런(1회 3점·8회 1점)이 결정적이었다. 외국인 타자가 없는 두산으로선 씁쓸함이 더했다.
올 시즌에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페르난데스라는 예리한 창을 장착했다. 페르난데스는 올해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44(572타수 197안타)를 기록했다. 양의지(NC·타율 0.354)에 이은 타격 2위. 197안타를 때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180개)가 달성했던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구단 역대 한 시즌 기록(종전 김재환·185개)도 새롭게 작성했고, 2009년 김현수(현 LG) 이후 10년 만이자 구단 역대 여섯 번째로 리그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가져갔다.
출루율도 0.409로 리그 4위. 삼진(54개)보다 볼넷(61개)이 더 많을 정도로 선구안도 수준급이었다. 언더핸드 유형을 상대로는 타율 0.429로 '저승사자'에 가까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고른 활약도 인상적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팀을 상대로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LG전에선 타율 0.359, SK전에선 0.333 그리고 키움을 상대로 0.377로 더 강했다. 기복이 없었다. 어떤 팀이 KS에 올라오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놀랍도록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키움 불펜진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했다. 이영준(1타수 1안타) 안우진(8타수 4안타) 오주원(2타수 2안타) 조상우(2타수 1안타)의 공을 어렵지 않게 쳐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타선 중간에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단기전에 들어가면 경기 중후반 나오는 큰 것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데, 페르난데스는 장타도 가능하지만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게 장점이다"며 "타순은 2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되면 두산은 2번부터 중심타선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타선 전체에 힘이 생긴다. 상대 팀으로선 부담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