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최근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선 대어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엔 '100억짜리' 선수를 보기 힘들 듯 하다.
지난 26일 두산의 'V6'로 한국시리즈가 마감됐다. 시즌 종료와 함께 FA 시장도 열린다. 31일 자유계약선수 공시를 통해 본격적인 막이 열린다. 하지만 이미 물밑 이적시장은 벌써 열렸다. 각 구단들은 이미 FA 계약 리스트를 짜고, 일찌감치 후보들과 교감을 나눴다. 이제 남은 건 본격적인 협상 뿐이다.
최근 프로야구 FA 시장은 매년 경쟁이 뜨거워졌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많았기 때문이다. 최형우(KIA, 4년 100억원)가 2017시즌을 앞두고 최초로 총액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이대호(4년 150억원)가 친정팀 롯데와 계약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7시즌 뒤엔 김현수(LG)가 외야수 최고액(4년 115억원), 2018시즌 뒤엔 양의지가 포수 최고액(4년 125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SK 최정도 6년 계약(106억원)을 맺었다. 그러나 이번 대상자 중엔 '초특급 FA'는 없다는 분석이다. 100억원대 선수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스토브리그의 화두는 '얼마나 받고 남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어로 분류되는 선수들 상당수가 팀에서 필요로 하긴 하지만, 보상금 및 보상선수 때문에 다른 팀에서 데려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들 사이에선 FA 보상규정을 손질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선수협과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올해까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롯데 외야수 전준우다. 전준우는 올해 타율 0.301(16위), 22홈런(6위), 83타점(15위)을 올렸다. 공인구 교체로 타고투저에서 투저타고로 야수들 성적이 떨어진 걸 감안하면 뛰어난 성적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나이다. 내년이면 만 나이 34세가 된다. 2~3년 정도는 충분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4년 내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KIA 내야수 안치홍도 비슷한 처지다. 안치홍은 지난해엔 타율 0.342, 23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시즌 손가락 부상을 겪으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경기 출전수도 줄었다. 나이는 만 29세로 젊지만 '수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치홍과 동갑내기인 LG 유격수 오지환도 팀내에선 대체자원이 없다. 차명석 LG 단장이 "오지환은 무조건 잡는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아 시장가격은 높게 형성되지 않을 듯 하다.
김태균, 정우람, 이성열(이상 한화), 유한준(KT), 손승락(롯데), 오재원(두산), 김강민(SK), 송은범(LG), 박석민(NC) 등 FA 재취득에 성공한 베테랑들도 대부분 '잔류'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금액을 두고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니폼을 바꿔입을 수 있는 후보군으로는 포수 김태군(NC)과 이지영(키움)이 꼽힌다. 김태군은 군복무를 마쳤고, 이지영은 올시즌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했다. 포수 난을 겪고 있는 팀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두 선수의 소속팀에 포수 자원이 있다는 점도 이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