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최고 센터' 신영석 "30년 뒤에도 기억 되는 선수로 남고파"
역대 최초 센터 출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신영석(33·현대캐피탈)의 가치를 대변한다.
측면 공격수처럼 민첩하게 움직이고 호쾌한 스파이크를 꽂는다. 리시브와 서브 능력도 뛰어나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최근 세 시즌 연속 센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정규시즌 블로킹 1위만 다섯 번 차지 했다. 2017~2018시즌에는 올스타 최다 득표 선수가 되기도 했다. 2019~2020시즌 FA(프리에이전트) 선수 가운데 최고 몸값(6억원)이다. 그는 현역 최고이자 역대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센터다.
어느덧 데뷔 1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신영석은 두 가지를 마음에 새기고 코트에 선다. 소속팀 현대캐피탈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가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이 목표로 삼은 40살까지 현역으로 뛰며 배구팬에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오른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기를 가진 그는 이후 배구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저 코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현재 소속팀은 악재가 많다. 그러나 긍정적인 자세로 극복하려 한다. 자신이 걷는 길도 같은 자세로 임한다.
<초반 고전? 현대캐피탈의 저력을 믿는 신영석>초반>
- 소속팀 현대캐피탈이 시즌 초반에 고전하고 있다.
"외인이 있으면 다른 사이드 측면 공격수가 더 효율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 부재 탓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인 부재 속에서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고 국내 선수들의 저력이 있다. 선수단 내 불안감은 없다."
- 허리에 통증이 있다고 들었다.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는 높이긴 했지만 허리 통증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나아졌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시즌 중반에 부상을 당해서 이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 여파가 있었다. 3연패 중이던 한국전력(10월29일)에 패했다.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팀이 패하니까 더 마음이 좋지 않더라. 패인이 나한테 있는 게 낫다. 매도 내가 맞는 게 낫다. 허리 통증이 생긴 게 너무 화가 났다."
- 두 경기 만에 복귀한 1일 삼성화재전에서는 팀 승리에 기여했다.
"외인이 없다고 센터진의 공격 점유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과욕은 안 된다. 내 역할에 충실했다. 사이드 공격수들이 잘 해줬고,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 베테랑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후배들을 독려해야 한다.
"당연하다. 외인이 이탈했고 나도 부상을 당했다. 잔부상이 있는 선수도 많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러나 순탄한 레이스를 하다가 중요한 시점에 흔들리는 것보다는 초반에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서 빨리 전열을 정비하는 게 낫다고 본다. 후배들한테도 같은 얘기를 해준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이다."
<롤모델은 고희진 코치, 최고 선수보다 멋진 선배>롤모델은>
- 전형적인 센터와는 다른 유형이다.
"종종 듣는 평가다. 프로 무대를 밟기 전에는 레프트, 라이트도 소화했다. 리시브와 서브 능력 향상에 들인 시간이 많았다. 공격 스텝도 센터의 전형은 아니다. 공격을 할 때도 레프트 공격수와 비슷한 스텝으로 쇄도한다.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는 점도 센터보다는 공격수에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
-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포지션을 험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다른 팀 센터가 하지 않는 역할까지 해주면 동료들이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센터 본연의 임무를 잘하는 것이다."
- 현역 최고로 평가된다. 국보, 대통령 등 최고의 수식어가 붙는다.
"예전에는 부끄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칠 수 없는 수식어였다. 지금은 자부심이 생겼다. 그런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도록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플레이에 영향을 받은 배구 새싹도 있다. 자신을 부끄러워하면 안 될 것 같다."
- 자율 야간 훈련을 하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하나라도 알기 위해 선배들을 쫓아 다녔다. 그러나 영업 비밀이다. 대부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프로에서 생존하는 법, 포지션에 맞는 경기 운영 등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 인상이 서글서글하다. 후배들이 잘 따를 것 같다.
"아직 부족하다. 나는 포커페이스를 하지 못한다. 경기에 지고 있거나, 내가 부진하거나,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때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최태웅 감독님께 자주 혼나는 부분이다. 내 모습이 후배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멘탈 관리가 어렵더라."
- 현대캐피탈 젊은 선수들은 주장 문성민과 신영석의 리더십에 감탄하던데.
"주장인 (문)성민이가 정말 고된 위치에 있다. 현대캐피탈 주장은 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고 있다. 나는 그저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이다. 성민이를 존중 하면서도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려고 한다."
- 롤모델로 삼는 선배가 있다면.
"고희진 (삼성화재)코치님이 현역이실 때 함께 대표팀 생활을 했다. 큰 감명을 받았다. 항상 후배들을 이끌어 주셨다.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이제 내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위치에 있다. 고희진 코치님을 닮고 싶다."
<목표는 30년이 지나도 기억 되는 선수>목표는>
- 현대캐피탈에 남았다.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있고 싶은 팀이다. 여러가지 의미가 생겼다. (문)성민이가 남는데 두고 다른 팀에 갈 수 없었다. 경기대 시절 함께 배구를 했던 (황)동일이도 합류했다. 흩어졌던 세 친구가 다시 팀 동료로 손발을 맞추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 신영석의 배구는 현대캐피탈에서 달라졌나.
"이전에는 욕심이 많았다. 주연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최태웅 감독님이 그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독려해 주셨다. 이후 나는 조연을 자처하고 있다. 조연이 더 멋있다. 다른 선수를 돋보이게 하는 배구가 더 재미있다."
- 가장 만족스럽거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기력이 있다면.
"내용보다는 높은 무대, 의미가 큰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하다. 2018년 1월 1일 삼성화재전이 그랬다. 만원 관중 속에 리그 1위의 수성과 탈환을 위해 나섰다. 이 경기에서 패해도 마음만은 좋을 것 같았다."
- 내일이 없는 선수처럼 말한다.
"2018년 4월에 오른 무릎 수술을 받고 6개월 동안 재활을 했다. 너무 좋아하는 배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분하기도 했다. 최근에 허리 통증이 생겼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 40살까지 현역으로 뛰는 게 목표다. 5년 남았다. 그래서 코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
"그저 오래 기억되고 싶다. 20년, 30년 뒤에 한 배구팬 얘기를 하다가 '신영석이라는 선수도 참 좋은 센터였지'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바람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많다. 통산 최다 블로킹, 한 경기 최다 블로킹을 경신하고 싶다. 나의 종전 한 경기 최다 득점(22점)도 넘어서고 싶다."
- 남은 시즌 각오도 전해달라.
"미국 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워싱턴의 우승을 이끈 한 선수가 '쓰러질 순 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현재 현대캐피탈의 상황 같다. 끝까지 물고 버티면 마지막에는 항상 웃었다. 좋은 경기로 현대캐피탈팬과 배구팬에 보답하겠다."
천안=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