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심리적 불안 속에서도 투어를 강행했다. 앨범 발매는 미뤘지만, 팬들과의 약속인 공연만큼은 하겠다는 아이유의 의지였다. 팬들의 위로를 받으며 첫 공연을 마친 그는 "무서운 상상까지 들었을 정도로 무대에 서는 것이 버거웠는데 여러분 덕분에 어느 정도 치유됐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유는 지난 2일, 3일 양일간 광주 유니버시아드 체조경기장에서 '2019 아이유 투어 콘서트-러브, 포엠(Love, poem)'을 개최하고 아시아 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관람객들에 따르면 아이유는 평소처럼 팬들과 소통하고 웃으며 노래했다. 4부로 구성된 공연은 앙코르 포함 24곡 이상의 다채로운 세트리스트로 채워졌다. 이때까지의 공연들보다 심적으로는 지쳐 보였다. 특히 2일엔 미니 5집에 수록될 신곡 '자장가'를 부른 후 눈물을 쏟았다. 지난달절친한 친구인설리를 떠나보내고도 예정된 일정에 슬픔을 빠르게 추슬러 야만 했던 심리적 압박이 느껴졌다. 소속사는 "이번 광주 콘서트는 최근 아티스트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건강하지 못한 상황과 앨범 발표를 미루는 등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공연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아이유 또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신도 걱정이 컸다고 털어놨다. "3부 발라드로 이어지는 파트는 연습할 때도 끝까지 합주를 해낸 적이 없다. 숨이 너무 차더라. 어떻게든 잡고 해보려고 했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아 일단 무서웠다. 금요일에 공연장 도착해서 런쓰루를 할 때도 되지 않았다. '정말 초유의 사태로 사과하고 공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무대에 섰다"면서 "막상 무대에 올라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활짝 웃는 관객들을 보니 덩달아 웃음이 나면서 긴장이 풀렸다. 덕분에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미니5집 '러브 포엠'을 알리는 동명의 선공개곡도 들려줬다. 이미지 티저 공개에 대한 보도자료로 최소한의 홍보를 한 노래지만, 아이유의 음원파워는 막강했다. 멜론에선 진입 1위라는 올해 최초의 기록을 썼고 멜론을 포함해 주요 음원 차트 5곳을 싹쓸이했다. 일간차트와 주간차트 누적 1위까지 퍼펙트 올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기적인 부탁이지만 나를 위해 제발 숨 쉬어 달라, 살아달라'고 남긴 곡 소개글은 각종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아이유는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고 적었다.
아이유의 노래는 투어 '러브 포엠'과 동명의 앨범으로 계속된다. 미뤘던 앨범 발매를 18일로 다시 잡고 티저 '그 사람'을 공개했다. 선율에 몸을 맡긴 아이유의 모습과 기타 반주와 어우러진 아련한 멜로디가 담긴 영상이다. 공연은 인천, 부산, 서울, 대만, 싱가포르,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방콕, 자카르타로 이어진다.
광주 공연을 무사히 끝낸 아이유는 "그동안 무대 위에서 우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철학으로 지켜왔다. 이번 공연에선 그게 다 깨졌다. 그냥 몇 분을 울고 나니 뭔가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그 전까지는 가수로서 오랫동안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상상도 했다"면서 "예전에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수상 소감으로 '아플 때 능률이 떨어지고, 배고프면 힘없고, 슬프면 우고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색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관객과 벽을 두고서 밝은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는 건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고백한다"고 팬들에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