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헌(27·196cm)은 지난 시즌 '봄 농구'에서 유도훈(52) 인천 전자랜드 감독을 활짝 웃게 했던 선수다.
전자랜드는 올해 봄, 창단 이후 최초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통합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모비스. 모두가 전자랜드의 열세를 예상했던 시리즈고, 실제로 전자랜드는 1승4패로 챔피언의 자리를 놓쳤다. 그러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전자랜드가 얻은 수확은 분명히 있었다. 유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선수들의 '자신감', 그리고 봄 농구를 치르며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이대헌의 존재다.
대학 시절부터 프로팀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대헌은 2015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서울 SK 유니폼을 입었다. 야심차게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신인으로 치른 데뷔 첫 시즌에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듬해 곧바로 트레이드를 통해 전자랜드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적 후에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고, 시즌 평균 출전 시간 7분3초, 평균 득점 2.1득점, 리바운드 0.6개에 그쳤다. 결국 시즌 종료 후 상무행을 선택한 이대헌은 잠시 프로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가 돌아온 건 전자랜드가 한창 '봄 농구'를 앞둔 3월 20일이었다. 유 감독은 그를 플레이오프 출전 명단에 포함시켰고, 창원 LG와 치른 4강 2차전에서 19득점 3리바운드로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경기 MVP에 선정돼 존재감을 알렸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라건아(30), 함지훈(35)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대헌은 전자랜드의 봄 농구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준우승으로 끝난 봄 농구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올 시즌을 맞은 전자랜드에서 이대헌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전자랜드의 두 외국인 선수 머피 할로웨이(29·198cm) 섀넌 쇼터(30·185cm) 모두 2m가 넘지 않는 만큼, 높이에서 다른 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강상재(25·200cm)와 이대헌의 활약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헌이 개막을 앞두고 발바닥 부상을 당하며 적신호가 켜졌다. 개막 3경기를 결장하고 지난달 13일 부산 kt전에서 복귀한 이대헌은 이후 몸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활약을 준비했다. 전자랜드도 그의 복귀로 한층 안정감을 찾았다.
그리고 10일 안방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경기에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91-70 완승을 이끌었다. 이대헌은 이날 데뷔 후 최다 득점인 24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가 가지고 있던 최다 득점 기록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 SK 유니폼을 입고 치른 고양 오리온전(14득점)이었다.
특히 2쿼터에만 kt의 팀 득점(15득점)에 가까운 13득점을 몰아넣으며 추격 의지를 봉쇄한 이대헌은 '봄 농구 히트상품'에서 전자랜드의 '올타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자랜드는 펄펄 난 이대헌의 활약 속에 9승4패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반면 kt는 4연패에 빠지며 5승8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