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박철우. KOVO 제공 삼성화재는 현재 4승4패·승점 13을 기록해, 3위로 선전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 산탄젤로의 존재감이 아주 미미하나,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뛰고 있다.
그 중심엔 베테랑 박철우(34)가 있다.
박철우는 8경기에서 총 193점을 뽑아,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부문 선두 대한항공의 비예나(200점)와 큰 차이가 없다. 득점 5걸 안에 국내 선수는 박철우가 유일하다. 성공률 역시 54.57%, 3위로 순도 높은 활약이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삼성화재가 5할 승률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그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프로 원년부터 뛴 박철우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지난 시즌엔 리그 최초로 5000득점을 돌파했다.
팀을 위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7시즌 연속 레프트 외국인 선수를 뽑은 삼성화재는 이번에 박철우와 포지션이 같은 라이트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부상으로 방출된 조셉 노먼과 대체 선수 산탄젤로 모두 라이트 포지션이다. 박철우는 외국인 선수 포지션을 놓고 고민 중이던 코치진에 "내가 센터로 뛰어도 되니 라이트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뽑아도 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박철우는 비시즌 센터와 라이트 포지션 훈련을 병행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9월 초 교체 선수로 영입한 산탄젤로의 기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 6경기에서 고작 19점을 올리는 데 그친다. 최근에는 감기 증상에 시달렸다.
사진=KOVO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철우가 주전 라이트로 활약한다. 공격 점유율은 41.41%로 웬만한 외국인 선수의 수치를 능가한다. 김나운이 한 단계 성장했지만, 송희채는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듯 하다. 결국 클러치 상황에서 박철우 외에 딱히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화재로선 박철우가 펄펄 날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부담이다. 10일 대한항공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철우가 3세트와 4세트 8점·11점씩 올려 5세트 승부까지 끌고 갔지만, 5세트 리시브가 흔들린 가운데 박철우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연속 차단당하자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리시브가 불안하면 공이 철우한테 몰린다. 레프트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이 자신이 없으니까 세터들이 철우만 바라보고 공을 올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면 상대 블로커는 박철우 쪽으로 더 신경을 쏟기 마련이다.
아무리 박철우라 하더라도 시즌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체력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시즌엔 대표팀까지 합류한 터라 더욱더 그렇다.
삼성화재는 현재 외국인 선수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신 감독은 "현재 시장에 레프트 외국인 선수가 거의 없다. 나도 생각이 많았는데 레프트 용병이 눈에 띄지 않아 최종적으로 라이트 포지션을 뽑았다"고 했다. 레프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현대캐피탈은 새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지만 3주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국내 선수들이 박철우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신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면서 "철우는 경기 다음 날 하루 푹 쉬도록 하고 있다. 구단에서 체력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