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에는 공효진(동백)·강하늘(황용식)뿐만 아니라 김지석(강종렬)·지이수(제시카)와 염혜란(홍자영)·오정세(노규태) 커플이 등장한다. 공효진·강하늘이 '사랑하면 다 된다'는 기적의 로맨스를 보여준다면 김지석·지이수와 염혜란·오정세는 현실에 있을 법한 문제적 부부를 그린다.
그중에서도 염혜란·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의 현실적이고도 코믹한 치정 로맨스를 책임지며 극의 또 다른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염혜란은 드라마 '도깨비'의 김고은(지은탁) 이모 역과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나문희(나옥분)와 친한 시장 상인 진주댁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로 서민적이거나 털털한 배역을 맡았던 터라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변호사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이미지로는 물음표를 남겼지만 독보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옹산 최고의 엘리트이자 세련미를 갖춘 홍자영으로 변신했다.
특히 평범한 대사도 맛깔나게 살리는 염혜란의 호흡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했다. 오정세와 이혼하면서 뱉은 "노규태를 금가락지인 줄 알고 골랐는데 살아보니까 이게 놋가락지도 안 되는 거야. 근데 더 압권은 시부모는 나한테 다이아나준 지 안다는 거지"라는 대사는 공감을 자아냈다. 동시에 긴 대사임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전달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정세는 조금만 삐끗해도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디테일을 살린 열연으로 시청자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공효진에게 땅콩 서비스를 달라고 억지를 부리며 손목을 잡아끄는 모습은 분명 눈을 흘기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군수가 되겠다며 허세를 부리는 면모나 '풍비박산'을 '풍지박산', '니즈'를 '리즈'로 말하고 염혜란의 교정을 받는 허술함이 시청자의 연민을 유발했다.
이는 오정세의 전략이었다. 오정세는 "자칫 비호감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냥 미워 보이지는 않는 지점을 발견하고 싶어서 부족한 느낌을 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허세와 허풍을 좋아하지만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일부러 멜빵과 벨트를 동시에 하는 등 패션도 신경 썼다. 또 '대통령 선거 당선'을 '당첨'이라고 말한 대사는 오정세의 애드리브다.
두 사람이 붙으면 더 큰 시너지가 난다. 염혜란은 살해 용의자로 몰려 체포될 위기에 몰린 오정세를 멋지게 구해냈다. 이미 법적으로는 남남인 두 사람의 만남은 염혜란의 정의감과 의리를, 오정세의 지질한 매력을 드러냈다. 혀 짧은 소리로 "드리프트는 왜 했어"라고 말하며 염혜란의 코트 끝자락을 잡는 디테일은 지문에 없었던 오정세의 아이디어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