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은 4년 만의 드라마인 tvN 월화극 '유령을 잡아라'에서 지하철 경찰대 신참 유령과 자폐를 앓는 유진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연기한다. 1인 2역도 쉽지 않은데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시도했고, 자폐아까지 표현해야 하는 도전적인 캐릭터다. 이를 설득력 있게 소화하고 있는 문근영을 향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인 2역 중 극을 이끌어가는 언니 유령 역도 한 인물이지만 매우 입체적이다. 대책 없이 밝고 무모하면서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동생의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 위해 지하철 경찰대에 지원했다는 슬픈 사연이 있다. 수사 코미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극 초반엔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보수적인 원칙주의자 김선호(고지석)와 180도 다른 모습이 더욱 부각되면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 집중하게 됐다.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수사를 펼치는 장면은 자칫 공감을 얻지 못하고 민폐를 끼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었다. 이런 우려는 문근영이 1인 2역으로 숨겨진 서사를 표현하며 씻어냈다. 자폐 성향이 있는 동생 유진과 유진만을 바라보던 언니 유령의 극적인 감정선을 과장되지 않게 연기했다. 12일 방송된 8회에서 동생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문근영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가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도록 했다.
안방극장에서 문근영의 모습을 4년이나 볼 수 없었지만, '유령을 잡아라' 속 도전을 통해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2015) 이후 문근영은 급성구획증후군이라는 희소병과 싸웠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치료에 집중한 끝에 완치했고, 영화 '유리정원'(2017)으로 복귀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KBS 2TV '동물들의 사생활' 등 예능으로도 대중을 만났다. 그러나 드라마 복귀는 또 다른 차원이다.
문근영은 "4년 만의 드라마라 연기하고 싶은 열망이나 욕심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1인 2역에 경찰까지 새로운 캐릭터를 덥석 하게 됐다. 막상 하면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을 하게 됐나' 후회도 했다"며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내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 연기 갈증을 해소하면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