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세계개인선수권대회도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노메달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 중심에는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여자 복식이 있다.
한국 여자 복식조의 세계 랭킹을 보면 16일 현재 이소희(25)-신승찬(25·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가장 높은 5위다. 김소영(27·인천국제공항)-공희용(23·전북은행) 조가 6위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5월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짝을 바꾼 장예나(30·김천시청)-김혜린(24·인천국제공항) 조와 정경은(29·김천시청)-백하나(19·MG새마을금고) 조가 각각 17위, 19위다.
원래 베테랑 장예나와 정경은이, 신예 김혜린과 백하나가 각각 짝이었다. 안재창(47) 대표팀 총감독은 경험과 패기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베테랑 한 명과 신예 한 명으로 짝을 바꿨다. 장예나는 김혜린과, 정경은은 백하나와 각각 짝이 됐다.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최근 호흡이 맞아가면서 20위권 안에 들어섰다. 장예나-김혜린 조는 17일 홍콩오픈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세계 2위)에게 1-2로 져 준우승을 거뒀다. 정경은-백하나 조는 앞서 8월 인도 하이데라바드오픈과 지난달 덴마크오픈에서 우승했다.
안 총감독은 “장예나-정경은 조가 노련한 데다 국제대회 성적이 좋았지만, 나이가 있어 부상이 잦고 체력도 떨어졌다. 올림픽을 위해서 고민 끝에 둘을 갈라 후배들과 짝을 지어줬다. 점점 호흡이 잘 맞고 있다. 이들 때문에 다른 두 조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사상 여자 복식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전통적으로 복식이 강했다. 2000년대까지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은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여자 복식은 상대적으로 약체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여자 복식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2년 바르셀로나가 처음이었다. 정소영-황혜영 조가 유일한 주인공이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선 신승찬-정경은 조가 동메달을 땄다. ‘노메달’ 위기였는데, 그나마 여자 복식 동메달로 선수단 체면을 살렸다.
리우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던 선수들은 도쿄에선 꼭 시상대 맨 위에 서겠다는 각오다. 신승찬은 “대표팀 다른 조가 우승하면, 우리 조도 열심히 하게 된다. 꼭 우리 조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배드민턴은 내년 4월까지 쌓은 올림픽 포인트로 본선 출전 여부를 결정한다. 여자 복식의 경우 2개 이상의 조가 세계 8위 안에 들 경우, 해당 국가는 최대 2개 조가 나간다.
한국은 누가 나가도 경쟁력이 있다. 최근 세계 랭킹 상위권에 포진한 일본 및 중국 조를 꺾으면서 기세가 올랐다. 특히 일본의 세계 1위 후쿠시마 유키(26)-히로타 사야카(25) 조, 3위 마쓰모토 마유(24)-나가하라 와카나(23) 조, 4위 마쓰토모 미사키(27)-타카하시 아야카(29) 조 등을 상대로도 올해 한국 선수들은 여러 차례 승리했다. 김소영은 “한·일전 지기 싫어 더욱 집중한다. 이제 일본, 중국 선수들이 우리를 만나면 긴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