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탈모바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만 얽매이지 않고 PC 온라인(이하 PC)·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시장)으로 변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이다. 또 글로벌 PC·콘솔 시장이 여전히 크고 기회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이던 게임 시장이 또다시 변화를 맞고 있다.
지스타에 등장한 PC·콘솔 신작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 가장 주목받은 참가 업체는 중견 게임사인 펄어비스다. 이번 지스타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던 '섀도우 아레나' '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 등 신작 4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신작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PC·콘솔용 게임이다. 지스타에서 PC와 콘솔용으로 동시에 개발되고 있는 신작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펄어비스가 처음이다.
펄어비스는 이들 신작의 트레일러(예고편) 영상을 공개했는데, PC·콘솔 게임답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실감 나는 그래픽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작들이 멀티 플랫폼용인 만큼 게임 장르도 복합적이다.
섀도우 아레나는 이용자 50명이 경쟁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근접전 형태의 '액션 배틀로열' 게임이다. 기존 배틀로열 장르의 기초가 되는 생존과 파밍, 최후의 1인이 남는 게임성에 반격기와 수싸움 등 액션을 더하고 강조해 새로운 전투 액션 기반의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플랜8은 MMO(다중접속)적 요소가 반영된 슈팅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엑소수트 MMO 슈터' 게임이다.
펄어비스의 차기 플래그십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인 붉은사막은 싱글 플레이 미션과 MMORPG 본연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멀티 콘텐트가 공존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펄어비스는 이들 중에서 섀도우 아레나를 내년 상반기 중에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며 오는 21일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다.
넥슨·엔씨·라인도 모바일 벗어나 멀티 플랫폼 도전
넥슨도 최근 PC·콘솔 신작 소식을 알렸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MS의 X박스 팬 행사에서 자사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신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최초로 공개했다.
PC와 X박스의 크로스 플레이가 지원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4로 개발되고 있으며, 4K UHD 고해상도 그래픽과 HDR(명암 대비 조절 및 확장술)을 탑재했다.
이번 행사에서 아이템전·스피드전과 함께 싱글 플레이 모드 '타임어택'을 공개하고 시연할 수 있도록 했다.
넥슨은 오는 29일까지 테스터를 모집해 내달 6일부터 4일간 글로벌 전역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게임개발 명가인 엔씨소프트는 최근 PC와 콘솔에서 다 되는 멀티 플랫폼용으로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 TL'의 비공개 테스트를 내년 상반기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TL은 '리니지 포에버'에서 이어진 '리니지 이터널'의 대체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4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압도적인 퀄리티와 스케일의 그래픽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씨는 오는 27일 선보이는 모바일 게임 신작 '리니지2M'도 멀티 플랫폼용으로 개발했다.
자사 게이밍 플랫폼인 '퍼플'을 통해 모바일과 PC 양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를 선보인다.
엔씨는 '리니지M'으로 모바일 시장을 석권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게이머가 PC·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탈모바일'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드래곤 플라이트’‘데스티니 차일드' 등 모바일 게임을 성공시킨 라인게임즈도 PC, 콘솔 게임 개발로 플랫폼을 확장한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콘솔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베리드 스타즈'를 공개했다. '커뮤니케이션×서바이벌'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이 게임은 콘솔인 PS4뿐 아니라 PS비타, 닌텐도 스위치도 지원하며 2020년 초 발매될 예정이다.
PC·콘솔 게임 개발 러시…이유는
리더급 게임사들이 PC·콘솔 게임 개발에 나선 것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만 매달릴 수 없어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게임사들이 장시간 많은 개발비가 투자되는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최근 지스타에서 "예전처럼 스피드를 경쟁력으로 게임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작급이라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는 "요즘 모바일 게임 개발 비용과 시간이 PC 게임을 만드는 만큼 증가했다"며 "어차피 모바일 게임도 PC로 만드는 것이니 아예 PC 게임을 개발하는 쪽으로 개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시장이 빠르게 융합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콘솔은 싱글 플레이에서 여러 명이 접속해 함께 플레이하는 네트워크화되고 있고, 모바일 게임은 PC에서도 플레이해도 될 정도로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콘솔은 싱글 플레이를 하는 시장이었고, 모바일은 네트워크 시장이었다. 이런 시장이 빠르게 혼합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두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PC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빠르게 대응해 메이저 게임사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