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브라질에 졌다, 가 아니라 브라질에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해야 한다."
출범 이후 최다 실점, 3골차 패배. 벤투호의 올해 마지막 A매치는 완패로 끝났다. 그러나 손흥민(27·토트넘)은 덤덤하게 패배 대신 '배움'을 강조했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한 경기에서 2골 이상을 내준 적 없었던 한국은 '삼바군단' 브라질에 3골을 내주며 올해 마지막 A매치를 패배로 마무리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전 0-1 패배 이후 벤투호의 두 번째 패배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브라질인 만큼, 어느 정도 패배를 예감했던 경기였다. 경기 결과 자체보다는 '삼바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벤투호가 어떤 경기를 펼칠 지가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답답한 경기 끝에 0-0 무승부로 끝났던 레바논전에 비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줘야하는 게 벤투호의 첫 번째 과제였다.
실제로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공만 잡으면 두세 명이 달려드는 가운데서도 위협적인 슈팅을 보여준 손흥민이나, 날카로운 패스로 빌드업의 답답함을 해소해준 주세종(29·서울), 측면에서 고군분투한 김문환(24·부산) 등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브라질의 벽을 넘기는 부족했고, 루카스 파케타(22·AC밀란)와 필리페 쿠티뉴(27·바이에른 뮌헨) 다닐루(28·유벤투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 내용에 합격점을 줬다. "당연히 지고 싶은 감독은 없다. 0-3이라는 스코어 정도로 지면, 경기에 대해 말하기도 곤란하다"고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 벤투 감독은 "결과에 비해서는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 대한 벤투 감독의 평가는 "당연히 브라질이 이길만한 경기였으나 이런 큰 스코어 차가 날 경기는 아니었다"는 말로도 정리가 가능하다.
선수들도 브라질전은 패배라는 '결과'보다 내용에서 얻은 '배움'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손흥민은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세계적인 팀이고, 어느 대회에 나가도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며 "브라질을 상대로 이렇게 경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브라질에 졌다'가 아니라 '브라질에 많은 걸 배웠다'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도 "지금까지 상대한 팀들과 다르다. 브라질 모든 선수가 내가 상대한 선수들보다 한 단계 높았다"며 "브라질 공격수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팀과 대결을 통해 부족한 점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건 평가전이 갖는 가장 긍정적인 기능 중 하나다. 하물며 자타공인 축구 강국인 브라질을 상대로, 한국이 배움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6년 전 상암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0-2로 패했을 때도, 당시 사령탑이었던 홍명보(50)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아직 어린 선수들이니 이런 경험을 통해 배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배움은 여기까지다. 12월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비롯해 내년 3월 재개되는 2차예선 남은 4경기는 '배움'이 아닌 '결과'가 필요한 경기들이다. 브라질과 같은 강팀들을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확고한 목표도 있다. 북한전과 레바논전에서 연이은 무득점 무승부로 아쉬움을 남겼던 벤투호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앞으로 다가올 경기들에서 브라질전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부터는 물러설 곳이 없고, 물러나서도 안 될 경기들이 벤투호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