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시상식. 신인왕을 수상한 LG 정우영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규 기자 20년 넘게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하던 세 팀 가운데 한 팀이 불명예를 벗었다.
지난 25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우완 옆구리 투수 정우영(20)이 1997년 이병규(현 LG 타격 코치) 이후 22년 만에 LG 소속으로 시즌 최고의 신인이 됐다. 동시에 KIA와 롯데의 흑역사도 재조명됐다. KIA는 1985년, 이순철(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수상한 뒤 소속 선수의 신인왕 수상이 없다. 롯데는 1992년, 염종석(전 롯데 투수 코치)이 마지막이다.
그나마 KIA는 2019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외야수 이창진(28)과 투수 전상현(23)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수상자 정우영과 견주어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력 후보가 한 팀에서 나온 탓에 표가 갈렸다는 분석도 있다.
신인왕 배출은 각 팀의 안목과 결단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결과다. 현장 스카우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자신의 커리어를 보상받는다. 프런트 고위 관계자에게도 자부심이다. 선수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기용과 성장 유도를 하는 현장의 판단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우영은 2차 신인 드래프트 전체 15순위에 지명됐다. 1라운드가 지명권을 한 번씩 행사한 상황에서는 치열한 전략 싸움이 펼쳐진다. LG는 입단 첫 시즌에 1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투수를 뽑았다. 자질을 제대로 파악한 류중일 감독과 최일언 코치는 개막 엔트리부터 신인 포함시켰다. 마침 불펜 주축 투수 몇 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은 정우영 개인에겐 행운이었다.
2019년 수상자가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신인왕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LG의 프런트와 현장이 이상적인 앙상블을 보여준 건 분명하다.
이전 아홉 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명이 된 시점에 신인왕 수상까지 유력했던 선수는 2018시즌 수상자 강백호(20·KT)뿐이다. 2017레이스에서 독주했던 이정후(21·키움)도 시범경기 개막 전까지는 단독 후보로 평가되지 않았다. 당해 1차 지명에서 서울권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투수 대신 이정후를 선택하고, 내야수던 그를 외야로 전향시킨 판단이 탁월했다. 무엇보다 선수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드러냈다.
대체로 팀의 방향성에 맞는 지명과 기용 그리고 선수의 잠재력이 조화를 이뤘을 때 신인왕이 탄생했다. 2015시즌 수상자 구자욱(26·삼성)은 입단 2년 차에 상무 야구단을 향했다. 최형우, 박한이 등 주전뿐 아니라 백업도 탄탄했던 팀 상황을 고려해 계획성을 갖고 선수의 군 복무를 유도했다. 실전 경험을 쌓은 그는 2014시즌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전역 뒤 리그를 흔들었다.
중고 신인의 수상도 맥락이 같다. 2013시즌 신인왕 이재학(30·NC)은 2차 드래프트로 NC로 이적한 뒤 프로 무대 입성 4년 차에 자질을 꽃피웠다. 선수는 2군에서 실력을 갈고닦았고, 구단은 정확한 안목을 보여줬다. 역대 최고령(27세) 기록을 남긴 2016시즌 수상자 신재영(29·키움)도 비슷한 사례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주자가 된 것처럼 보이는 양의지(32)도 2006년에 입단한 뒤 다섯 시즌이 지나서야 주전이 됐다. 경찰야구단을 거치며 실력을 쌓았고,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경문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새 주전 포수를 찾고 있을 때 안정감 있는 투수 리드뿐 아니라 장타 생산 능력을 보여줬다. 2010년 3월 30일 열림 목동 넥센(키움 전신)전 멀티 홈런은 그의 인생을 바꾼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