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가 다음 달 중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 회장의 경영 성과가 좋긴 하지만 통상 1월 초 회장 후보를 추천하던 선례보다 일정을 앞당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절차를 다소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일부에서는 오는 1월 예정된 조 회장의 ‘취업 청탁 비리’ 1심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그 전에 연임을 결정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회추위의 이른 가동…이유는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추천 절차를 26일 시작했다. 이만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회추위원장을 맡았으며, 내달 13일에 최종 회추위를 열어 조 회장을 단독후보로 추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과거 조 회장이 추천될 당시를 보면, 지난 2017년 1월 4일 첫 회추위 회의를 시작으로 모두 3차례 정식 회의를 거쳐 같은 달 20일 후보가 최종 확정됐다. 신한금융이 현직 회장 임기 만료 2달 전까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장 선임은 회추위 첫 회의부터 약 3~4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선례와 비교했을 때, 조 회장의 연임을 두고는 회추위의 움직임이 다소 빨라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 이유로는 현재 진행 중인 조 회장의 채용 비리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의 결과가 내년 1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조 회장은 과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아들,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 손자, 자신이 다니는 교회 교인에 이르기까지 채용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1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아닌 이상 ‘연임’에는 법적 문제가 없다.
하지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와 금융당국 압박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가 1심 선고 이후 가동된다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가장 최근 비슷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KEB하나은행장 선출 당시 채용 비리 혐의를 받은 함영주 전 행장이 3연임 포기 선언한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경영진 법률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 함 전 행장의 연임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조 회장의 연임에도 당국의 입장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측은 연말 계열사 CEO 선임을 차기 회장이 확정된 안정적인 상황에서 실시하려는 목적에서 1개월가량 회추위가 일찍 시작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신한은행·신한카드 등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16곳 가운데 올해 12월 대표 임기가 끝나는 곳은 5곳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윤용 사장 등의 후임이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한다. 즉, 조 회장이 연임될 경우 해당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유다.
조 회장 성과도 연임에 긍정적
‘법률리스크’ 우려가 있긴 하지만, 조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이유는 신한금융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조 회장 취임 첫해인 2017년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9177억원으로 전년(2조7748억원)대비 5.2%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8.2% 증가한 3조156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에는 KB금융그룹에 리딩뱅크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지만 이내 바로 재탈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KB금융(2조7771억원)보다 1189억원이 많은 2조8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역시 조 회장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조 회장은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초 그룹의 14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19일에는 오렌지라이프와 잔여지분(40.85%)에 대한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내년 100% 자회사 편입이 완료될 경우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로부터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장 선임과정에서의 CEO리스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