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뛰어난 불펜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 구원투수상은 SK 하재훈(29)과 LG 고우석(21)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둘 다 "오승환(삼성) 이후 압도적인 마무리 투수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탄하던 KBO 리그에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파이어볼러 소방수들이다.
하재훈은 투수로 전향한 첫 해부터 마무리 투수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 더 눈길을 끈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KBO 리그에 데뷔한 올해 무려 36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2002년 조용준(현대·28세이브)을 넘어 선 역대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 또 SK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2003년 조웅천·2012년 정우람·이상 30세이브)도 가뿐하게 넘어 마무리 투수로서 기념비적인 역사를 남겼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점수를 단 1점도 주지 않아 오승환(31경기 연속)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최근 끝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뽑혔고, 결승전을 포함한 4경기에 등판해 각 1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돌아왔다. 차세대 국가대표 클로저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큰 경기와 위기에 모두 강한 면모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다. 투수로서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라 시즌 후반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는 평가다.
고우석은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구속은 가장 빠른 투수다. 시속 150km를 거뜬히 넘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수 년 간 '소방수 난'에 시달리던 LG의 마무리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35세이브를 올려 SK 하재훈에 단 한 개 차로 구원 부문 2위에 올랐다. 고우석을 발굴한 류중일 감독은 LG의 '10년짜리 소방수'로 공들여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기쁨도 맛봤다. 하재훈, 조상우(키움)과 함께 대표팀에서 강속구 소방수 트리오를 이뤄 주목을 받았다. 내년 시즌 부상이나 부진에 발목을 잡히지만 않는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서 승선할 수 있을 만한 한국 야구 불펜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