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단지 '대항마'에 불과했다. K리그1(1부리그) 울산 현대 이야기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1-4 완패를 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무기력으로 일관하며 무너졌다. 골을 허용하자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홈에서 허무하게 시즌을 끝냈다. 2005년 이후 14년 만에 꿈꿨던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같은 날 강원 FC에 1-0 승리를 거둔 전북 현대가 K리그1 3연패를 일궈냈다.
올 시즌 시작하기 전 울산은 전북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만한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됐다. 전북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스쿼드를 구축했고, 시즌 내내 1위와 2위를 오가며 전북과 대적했다. 역대급 우승경쟁을 이끌었다. 시즌 막판 1위를 유지하며 우승에 가깝게 다가갔으나, 마지막에 희생양이 됐다. 결국 단지 대항마에 그친 것이다. 최강 전북의 위용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울산은 전북의 3연패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 도전자에 불과했다. 경험에서 갈렸다. 지난 10년 동안 6번 우승을 일궈낸 전북은 중요한 경기에서 강했다. 우승 경험의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도전자 울산은 가장 중요한 일전에서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전북과 울산의 결정적 차이다. 이 차이가 우승과 준우승팀을 갈랐다.
6년 전 악몽도 이어졌다. 2013년 K리그1 최종전에서 포항에 0-1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던 트라우마는 2019년에도 계속됐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일부로 포항이 골을 넣을 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김)도훈이 형을 위해서다. 난감했다. 우리가 울산에 승리하고, 전북 결과가 좋지 않아 울산이 우승을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죄송하다. 우승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죄송하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선수들이 급하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올 시즌 가장 아쉬운 경기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했다. 우승하기 위해 노력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 고생을 많이했다. 축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아쉽고 힘들지만 우리 선수들의 다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골키퍼 김승규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며 골을 헌납했다. 이에 김 감독은 "김승규가 급한 마음에 실수를 했다. 빨리 공격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다. 축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감쌌다.
올 시즌을 허무하게 마무리한 울산. 미래가 불투명하다.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는 최적의 스쿼드를 꾸렸지만 실패했다. 핵심 선수인 김보경의 임대 기간이 끝났고, 또 한 명의 주축 선수인 믹스 디스커루드와 계약도 끝났다. 전력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발을 맞추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울산이 또 언제 이렇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마음의 상처도 크다. 우승에 실패한 울산, 후폭풍이 클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