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오너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60, 70대 총수들이 대부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40, 50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젊은 총수로의 '세대교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허창수(71) GS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 회장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후임 회장인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은 허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그룹 전반에 IT기업의 혁신 문화를 전한 디지털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지난 2일 인사를 발표한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67)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에 신호탄을 쐈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인 한화솔루션(가칭)의 전략부문장을 맡는다. 태양광을 비롯해 석유화학, 소재까지 아우르는 핵심 직책이다.
재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34)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삼남인 김동선(30)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리조트 부문을 이끄는 승계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앞서 한진그룹 3세인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은 선친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곧바로 경영권을 이어받아 올해 4월 회장에 취임했다. 조 회장은 최근 단행한 첫 임원인사에서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중용하면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꾀했다.
코오롱그룹도 이웅열(63)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36)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되면서 경영권이 4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보다 앞서 총수에 오른 오너가 3·4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49),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47), 구광모 LG그룹 회장(4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