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다운 손흥민(27·토트넘)의 '원더골'이 전세계 축구팬들을 환상적으로 뒤흔들었다. 조세 무리뉴(56) 토트넘 감독도 자신의 아들 조세 마리오 무리뉴 주니어(19)의 표현을 빌어 환상적인 원더골을 터뜨린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의 축구 전설 호나우두(43)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아들이 부르는 '손나우두'라는 애칭을 공개했을 정도로 이날 손흥민이 보여준 활약은 놀라웠고, 무리뉴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토트넘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4분 만에 해리 케인(26)의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작한 손흥민은 팀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32분, 토트넘은 물론 EPL 역사에 남을 법한 환상적인 득점을 터뜨렸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의 놀라운 골이었다. 토트넘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단숨에 속도를 올려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은 손흥민의 스피드에 번리 수비수들은 우왕좌왕하며 따라붙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수비수 5명을 뚫어낸 뒤 최종 수비수까지 따돌린 손흥민은 페널티 지역 정면 부근에서 그를 막으러 나온 골키퍼를 피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만들어냈다. 무려 75m 가까운 거리를 혼자 드리블로 돌파해낸 뒤 골맛까지 본 손흥민의 놀라운 플레이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홈팬들은 열광했고, 무리뉴 감독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최근 무리뉴 감독이 그를 윙백으로 쓰면서 수비 부담이 늘어난 데 대해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보란 듯이 '해결사 본능'을 보여준 셈이다.
손흥민의 '원더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첼시를 상대로도 50m 드리블에 이어 골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골은 그 때보다 25m 가량 더 늘어난 거리에서 성공시킨 환상적인 골이었다. 최고 시속도 33.41km에 달해 그가 왜 '손샤인볼트(손+샤인+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엄청난 골이었다. 내 아들은 오늘 득점 이전부터 손흥민을 '손나우두'라고 부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의 득점이 터지는 순간 내가 보비 롭슨 감독 옆에서 호나우두의 기막힌 득점 장면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며 수많은 선수 중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의 이름을 입에 담은 이유도 곁들였다.
'레전드'들도 EPL 역사에 남을 기가 막힌 골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전설인 게리 리네커는 "손흥민이 역대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를 기록했다. 내 생각에는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이라고 극찬했고 데일리메일과 더 선,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 현지 언론들도 손흥민의 골을 "올 시즌 최고의 골"로 치켜세웠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의 골 소식을 전하면서 올해 세계 최고의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수여하는 푸스카스상을 해시태그로 달아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