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팀을 떠나고 있다. 김태형 감독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 [연합뉴스]에이스 린드블럼에 이어 4번 타자 김재환까지 떠날 채비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팀의 중심선수를 연달아 잃게 될 처지다.
두산은 4일 조쉬 린드블럼(32)의 보류권을 포기했다고 발표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20승을 거둔 두산의 에이스이자, 2019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다. 보류권 포기에 따라 린드블럼은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현재 행선지로는 메이저리그(MLB) 구단이 유력하다. MLB닷컴의 존 모로시는 8일 “휴스턴이 린드블럼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디트로이트, LA 에인절스, 토론토 등이 린드블럼의 행선지로 꼽힌다. 올해 애리조나에서 활약한 메릴 켈리처럼 다년계약 가능성도 있다.
두산은 그다음 날인 5일 외야수 김재환(31)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MVP 김재환은 최근 네 시즌 동안 홈런 131개를 쳤다. 김재환은 지난달 2019 프리미어12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해 자유계약선수(FA) 등록일수 60일(준우승 및 올림픽 본선행 포인트)을 추가해 포스팅 자격을 얻었다. 린드블럼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김재환은 두산도 놀랄 만큼 예상 밖의 일이다. 김재환 에이전트는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계약 성사를 자신했다. 김재환까지 미국에 갈 경우 두산은 투타 핵심선수가 동시에 빠진다.
두산의 별명은 ‘화수분’이다. 잘 짜인 육성 시스템을 통해 매년 좋은 선수를 배출했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3년 가장 먼저 2군을 만든 팀답게 젊은 선수를 잘 키운다. 거액을 써 영입한 선수는 장원준뿐이지만,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세 번 우승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하나씩 빠져나갔는데도,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2014년엔 최준석과 이종욱, 손시헌이 동시에 빠져나갔지만, 오재일, 정수빈, 김재호가 빈자리를 메웠다. 2015년엔 김현수가 미국에 갔지만, 박건우와 김재환이 대체자 역할을 했다. 이원석, 민병헌도 FA가 된 뒤 팀을 떠났으나,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2018시즌 뒤 NC로 이적한 양의지의 공백마저 박세혁이 잘 메웠다.
그렇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엑소더스’가 두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2020년) 시즌 뒤엔 많은 선수가 FA 자격을 얻는다. 이용찬, 유희관(이상 투수), 김재호, 허경민, 최주환(이상 내야수), 정수빈(외야수) 등이다. 모두 팀의 핵심이자 다른 팀에서도 탐낼 만한 선수다. 이들을 잡기 위한 에이전시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두산은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라며 “전력에 타격은 있겠지만, 메울 힘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와도 재계약하지 않은 두산은 대신 크리스 프렉센(26·미국)을 영입했다. 프렉센은 메이저리그에서 27경기(선발 11경기)에 등판해 3승 11패 평균자책점 8.07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기록은 43승 31패, 평균자책점 3.61이다. 큰 키(1m90㎝)에 최고 시속 157㎞ 빠른 공을 던져 여러 구단이 탐냈다. 4번 타자는 오재일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마운드도 두산의 희망이다. 이영하는 올 시즌 17승을 거두며, 최고의 국내파 우완투수로 발돋움했다. 함덕주, 박치국, 이형범, 최동현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도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포수 박세혁은 “(주요 선수가 빠져나가는 건) 늘 있는 일이다. 우리 팀답게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