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효 투표수 347표 가운데 316표, 득표율 91%를 얻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수상이기도하다. 최근 여섯 시즌(2014~2019년) 가운데 다섯 번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포수가 됐다.
그는 지난주에 언론사와 야구 단체 주최로 열린 다섯 번의 시상식에서 최고 타자상, 최고 선수상을 휩쓸었다. 2018시즌 최하위던 NC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개인 성적도 정상급이다. KBO 리그 마지막 공식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웃었다. 이제 수식어가 달라졌다. 포지션에 국한됐던 '포수'가 아니다. 역량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선수'가 됐다.
부담감을 안고 맞이한 시즌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13년 동안 몸담은 두산을 떠났다. 2018시즌 종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고, 계약 기간 4년·총액 125억원에 NC로 이적했다. KBO 리그에서만 뛴 선수의 역대 최고 몸값을 받았다.
친정팀을 떠났고, 천문학적인 대우를 받았다. 책임이 뒤따랐다. 다부진 각오가 필요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양의지는 "나를 향한 기대치가 높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부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그저 "무조건 잘하겠다"며 형식적인 말을 전하지 않았다. 부상, 슬럼프 등 한 시즌을 치르며 겪는 다양한 변수에 대해 이전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양의지 효과는 시즌 초반부터 두드러졌다. 3월 23일에 열린 2019시즌 개막전이자 신축 구장 창원 NC파크의 공식 개장 경기에서 1회말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로부터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에는 타선의 중심인 4번 타자로 나섰다. 주포 나성범이 개막 열흘 만에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하고, 외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경기력 기복을 드러낸 상황에서도 NC 공격을 이끌었다.
안방에서도 기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의지는 입단식에서 "NC 마운드에 오르는 모든 투수가 제 공을 던지도록 도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각오를 지켰다. 좌완 선발 구창모 등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대체 투입된 우완 사이드암 박진우(29), 2년 차 좌완 김영규(19)의 안착을 이끌었다. 원종현의 마무리투수 변신도 지원했다. '부상' 병동이던 NC가 시즌 초반 상위권을 지킬 수 있던 힘은 마운드에 있었다. 양의지는 젊은 투수, 1군 등판 경험이 적은 투수들의 버팀목이 됐다.
리더 역할도 해냈다. 양의지는 시즌 전부터 "새 동료,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라운드에서는 야수진 조율도 해야 한다. 두산에서는 오재원 선배가 하던 역할이지만 NC에서는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개개인이 중심을 잡아야 할 때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영규가 데뷔전 선발승 거둔 3월 27일 KT전은 양의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6회초, 흔들리던 김영규에게 "형이 홈런을 칠 테니 마음껏 투구하라"고 조언하며 투수를 진정시키고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어 나선 6회말 타석에서는 3점 차로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냈다. 양의지 효과의 대표 사례다.
그는 핀 조명이 자신에게만 향하는 것도 경계했다. 인터뷰를 통해 "다른 선수들이 잘해서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 나는 이적이라는 특수 상황 덕분에 더 주목받는 것이다"고 했다. 젊은 투수들의 선전에 대해서도 "원래 올 시즌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을 선수들이다"며 공(功)을 후배들의 자질로 돌렸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치르겠다던 각오는 지키지 못했다. 주전 포수와 4번 타자로 나서며 누적 피로가 생겼고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KT와의 5강 경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점에 다시 돌아와 5위 수성을 이끌었다. 분수령이던 9월 12~13일 KT 2연전에서도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달아오른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수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개인 타격 성적까지 챙겼다. 타율 0.354·출루율 0.438·장타율 0.574를 기록했다. 타격 3관왕. 이만수 전 감독이 1984년에 해낸 이후 35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포수 타격왕이 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은 6.83. 리그 3위 기록이다.
양의지의 행보는 리그 흥행과도 밀접했다. 친정팀 두산과의 승부는 시즌 중반까지 매번 화제가 됐다. 후반기 돌입과 동시에 포수 타격왕 재현이 화두로 떠올랐다. 2020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인 현재는 새삼 대형 FA 계약 성공 사례로 재조명받고 있다. 2019년은 양의지의 해였다.
양의지는 "최다 득표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