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어느 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해로, 영화계에서는 연초부터 어느 해보다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운명처럼 100년 역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 여럿 쏟아졌고, 발전과 변화를 바탕으로 새 도전, 새 얼굴도 빛을 발했다.
작품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심하고, 결과에 흡족하기 전 과정을 따져봐야 할 일들도 무수히 많지만, 축하 받아야 할 일들은 무조건적인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 역정과 비난보다 환호와 영광의 순간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2019년은 훗날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로 회자되기 충분한 365일을 완성했다.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겨울왕국2' 1000만 축하
명불허전 '천.만.왕.국.'이다. 역대 최초 한 해 1000만 영화를 5편이나 배출해내는 전무후무 기록을 세웠다. 마블 포함 디즈니 영화가 세 편, CJ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두 편으로 '두 집안이 다 해먹었다'고 봐도 무방한 결과다.
분위기는 1월부터 좋았다. 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활을 알리며 동시에 정점을 찍는 성과를 냈다. 특별한 경쟁작 없이 원맨쇼 신드롬 레이스를 펼쳤던 '극한직업'은 이병헌 감독을 선봉으로 류승룡·이하늬·진선규·이동휘·공명으로 이어진 팀플레이를 자랑, 누적관객수 1626만5618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2위에 안착했다.
5월 나란히 개봉한 '알라딘'(5월23일)과 '기생충'(5월30일)은 비수기 1000만이라는 이변을 이끌었다. 누적관객수 1255만2179명으로 최고 복병에 등극한 '알라딘'은 영화의 힘과 음악의 힘으로 흥의민족 DNA를 일깨우며 "뚜껑이 열리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른다"는 공식을 증명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어떤 작품도 활용할 수 없는 단 한 줄의 문구로 1008만4602명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에 앞서 4월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11월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예상을 현실화 시킨 작품들. '어벤져스' 시리즈의 파이널을 장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393만4604명을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5년만에 돌아온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 보다 빠른 속도로 1000만 반열에 오르며 애니메이션 시리즈 최초 쌍천만이라는 대기록을 맛 봤다.
▲디즈니 천하 속 CJ 몀성회복…롯데 '흡족', 쇼박스·NEW '분발'
월트디즈니코리아와 CJ엔터테인먼트는 두둑한 성과급에 대한 기대치를 티내도 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았다. 디즈니는 '개봉하면 흥행'을 넘어 '웬만하면 피해야할 대상'이 됐다. 잘 만든 작품으로 관객들을 홀리면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믿고보는 디즈니'에 한국영화들이 맞개봉을 피하면서 '디즈니 천하' 역시 자연스레 이뤄졌다.
한국영화 흥행 자존심은 CJ엔터테인먼트가 세웠다. 최근 몇 년간 흉작만 늘어놨던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신의 한 수: 귀수편'(215만)을 제외하고 '극한직업' '사바하'(239만) '걸캅스'(162만) '기생충' '엑시트'(942만) '나쁜 녀석들: 더 무비'(457만)까지 6편의 손익분기점을 모두 넘기며 넘버원 배급사의 명성을 되찾았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도 "이런 해가 없었다"며 놀라워 했다. 올해 마지막 영화이자 가장 높은 손익분기점(730만)을 자랑하는 '백두산' 성적이 2019년의 마무리와 2020년의 시작을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알짜배기 주머니를 채웠다. '말모이'(286만) '증인'(253만) '항거: 유관순 이야기'(115만) '82년생 김지영'(366만)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이 영화가 롯데 배급 작품이라고?"라는 반응도 여러 번 터졌다. 다만 '어린 의뢰인'(20만)을 비롯해 여름과 추석 시즌별 선수로 출전시킨 '사자'(161만) '타짜: 원 아이드 잭'(222만)의 실패는 아쉽다.
쇼박스는 배우 류준열에 많은 것을 걸었다. '뺑반'(182만)이 '극한직업'에 처절할 정도로 무너졌지만 '돈'(338만)과 '봉오동전투'(478만)로 체면치레 했다. '미성년'(29만)은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와 호평을 남겼지만, '퍼펙트맨'(123만)은 조용히 사라졌다. 절치부심 쇼박스는 겨울 시장도 과감히 포기, 새해 1월부터 달리겠다는 포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 올해의 뼈아픈 결과를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NEW도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 '나의 특별한 형제'(147만), '가장 보통의 연애'(285만)로 웃었고, '생일'(119만), '비스트'(20만), '힘을 내요, 미스터리'(118만)는 울었다. 하지만 '가장 보통의 연애'가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면서 연말 성적은 꽤 기대해볼만 한다. 신선한 사전 홍보물로 화제성을 잡는데 성공한 마동석·박정민·정해인·염정아의 '시동'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 >>[2019 스크린결산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