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과 한석규의 뜨거운 30년 케미스트리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담겼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천문: 하늘에 묻는다'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둘의 처음 만남부터 세종 24년에 일어난 안여사건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인해 장영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담는다. 최민식, 한석규가 출연하며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역사 속 두 인물을 조명한다. 마치 멜로 같은, 묘한 브로맨스로 세종과 장영실을 그린다. 이 브로맨스로 때론 유쾌하고 때론 심금을 울린다. 허진호 감독의 내공이 새로운 방식으로 발현됐다.
이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것, 벗이라는 것이 좋았다. 왕과 관노의 신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 둘이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다루면 어떨까 생각했다. 현장에서는 최민식과 한석규가 가진 30년 한 길을 걸었던 연기자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서 보여진 것 같다. 촬영하며 컷을 잘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두 배우가 가진 케미와 느낌을 보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역사에 남아있지 않은 장영실의 또 다른 모습까지 연기했다. 최민식의 장영실은 세종과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퇴장까지 진정성을 담은 감정으로 넘실댄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야말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임금이 천민을 알아주는 거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배려도 해준다. 아마 세종을 위해서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해석한 장영실에 대해 설명한 그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충성이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나중에는 임금과 신하라는 것을 망각하고, 신분을 떠나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 거다. 세종의 지혜가 있었기에 장영실이 있었다. 그 안에서 장영실이 얼마나 행복하게 놀았을까. 참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석규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세종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세종의 다양한 모습을 풍부하게 담아냈다.
한석규는 "벗, 친구라는 것이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친구, 같은 꿈을 꾸는 관계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장영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혼자 품었던 생각이 있었다. 군주에게, 세종에게 친구가 있다면 누구였을까를 혼자 생각했다. 장영실이라고 상상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것을 풀어내 기쁘다"고 밝혔다.
사극이라면 피할 수 없는 역사 왜곡 의혹. '천문: 하늘에 묻는다' 또한 검증을 피할 수는 없을 터다. 다만, 이 영화는 정확하게 선을 긋는다. 역사에 적힌 사실 그리고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강조한다.
허진호 감독은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조화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안여가 부서진 후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저에게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세종은 인재를 버리지 않았고, 장영실과 가까이 이야기했다. 한글 만큼이나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었다는 큰 일을 한 인물이다. 왜 역사에서 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최민식은 "우리 영화를 관객 여러분에게 '이런 영화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강요하는 것 같아서"라면서 "옛날 이야기다. 한석규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최민식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허진호 감독님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다.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들려주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