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장군이 북한이 언급한 '성탄절 선물'로 장거리 미사일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발사 시점은 크리스마스 전후 또는 신년 이후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2017년 검토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국방 담당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내 예상으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이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브라운 사령관은 "그것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배달되느냐, 크리스마스 당일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미군 정보 분석을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다만, 북한의 행동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브라운 사령관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다양한 것들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모라토리엄(moratorium·일시 중지)을 해제하되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자발적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지만,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진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압박 카드로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즉각 미사일을 쏘지 않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게 브라운 사령관 설명이다.
브라운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 동향 관련 첩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의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로 최근의 북한 발언과 다양한 실험 등 일련의 행동을 지목했다.
그는 "북한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발사에 앞서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에 앞서 발언이 나온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각종 위협을 퍼부은 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두 차례 연속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운 사령관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준비 신호가 있는지 북한 지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고정식 발사대에서 쏠지 이동식 발사대에서 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군의 역할은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임을 재확인하면서도 외교적 접근이 실패할 경우 군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며 북한과 격렬히 대치할 때 미국이 검토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경고다.
브라운 사령관은 "2017년 우리가 한 많은 것이 있어서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면서 "예전에 했던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국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가 한국 전투기와 짝지어 북한 인근에 전개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의 협상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도발 신호를 보내는 데 대해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도 신속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강력한 대북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ICBM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이 무언가를 하려고 진행 중이라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많은 장소를 엄중히 감시하고 있다. 무언가 일어난다면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연말 협상 시한을 제시한 상태다. 미국은 대북 협상 시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는 16일(현지시간) 북한에 공개 회동을 제안했으나 답을 듣지 못한 채 17일 일본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