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에 대한 영향력은 '펭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펭수 이전엔 지상파 3사(KBS·MBC·SBS)에 밀려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EBS 역시 지상파지만 지상파 4사로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육 방송이나 다큐멘터리 외에선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월 뽀로로에 이어 대박 아이템 펭수가 등장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타깃으로 노린 캐릭터였지만 '2030 뽀로로'란 수식어를 얻고 승승장구 중이다. 유튜브 론칭 7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고 펭수는 각종 방송사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요즘 펭수를 섭외하기 위한 장외전이 치열하다. 펭수의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현재로선 펭수 만큼 핫한 아이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펭수의 인기는 그를 만들고 키운 EBS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할 수밖에 없다. EBS의 채널 위상을 높였다. 최근 일었던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논란만 보더라도 얼마나 파워가 있는 채널로 성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교육방송이었기에 미성년자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문제였지만 종일 실시간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할 만큼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EBS의 현 위치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부정적 이슈가 펭수 이전보다 더 크게 확산됐다.
출판업계에선 펭수와 EBS의 영향력을 수치로 실감하고 있다. EBS와 펭수가 지은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는 지난달 28일 사전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예약 판매 3시간 만에 1만 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3주가 지난 지금도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등 주요 서점가에서 에세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했다.
EBS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펭수를 문제집 표지 모델로 활용했다. 여기에 펭수 굿즈를 얹어 마케팅을 펼쳤다. EBS 도서를 적정 금액 이상 구매시 선착순으로 펭수 굿즈를 증정하는 방식으로 홍보했다. 1차 준비했던 굿즈는 이미 소진되어 마감됐고 2차를 진행 중이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K사 이모티콘이 우세했는데 요즘엔 펭수가 압도적이다. 펭수를 좋아하는 3~40대 학부모들 사이에서 EBS를 언급하는 횟수가 늘었다. 펭수 굿즈를 받기 위해 아이들의 문제집을 EBS 것으로 구입하는가 하면 관심을 가지고 문의하곤 한다. EBS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