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구단 수뇌부가 팀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사상 최고액인 4년 8000만달러(약 929억원)를 투자한 류현진(32)에게 깊은 믿음을 표현했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간) 로저스센터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토 사상 첫 '99번 선수'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자리에는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함께 마크 샤피로 토론토 사장,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이 참석해 새 에이스 영입을 자축했다.
토론토는 이전까지 2006년 A.J. 버넷을 영입하면서 5년 5500만달러를 쓴 게 FA 투수 계약 최고 지출이었다. 류현진의 계약은 총액(8000만달러)과 평균 연봉(2000만달러) 모두 버넷의 계약을 넘어선다. 토론토를 거쳐간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러셀 마틴(5년 8200만달러)과 버논 웰스(7년 1억2600만달러)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샤피로 사장은 "류현진과 그의 아내 배지현 씨, 곧 태어날 아이도 환영한다"며 "오늘은 토론토와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무척 특별한 날일 것"이라고 했다. 앳킨스 단장도 "토론토 선수들과 직원 모두 류현진 영입 소식을 반겼다"며 "연말에 문자 메시지 등으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눴는데 류현진 계약 덕에 정말 연휴 같은 (즐거운) 분위기로 넘쳤다"고 귀띔했다.
토론토는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류현진의 토론토 입단이 구단 인기와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토론토 사장과 단장은 야구 외적인 요소보다는 그저 류현진의 '실력'을 집중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샤피로 사장은 '류현진을 영입해 국제시장에서 토론토 구단의 위상을 더 올려 보자는 의미도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그렇지 않다. 토론토에 끈끈한 한인 교민사회가 있고, 국제적인 도시여서 류현진과 그의 가족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어필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건 협상 과정에서 고려 사항 중 하나였을 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앳킨스 단장 역시 "이 시점에서 류현진보다 나은 선발투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시즌이 끝나고 선발진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부터 계속 지켜봤던 선수"라며 "류현진은 보면 볼수록 뛰어난 투수다. 4개의 구종(직구,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슬라이더, 커브)을 자유자재로 원하는 곳에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제 류현진은 한국과 캐나다 팬의 동반 응원 속에 토론토의 에이스로 새출발한다. 영어와 프랑스어 인사를 준비해 사장과 단장의 남다른 기대에 감사를 표현한 류현진은 "토론토 구단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며 "이제는 토론토가 내 홈이고, 나의 팀이다. 토론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