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는 2005년 이후 가요대상을 폐지했다. 대신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자체 운영 중이다. 그중 연예대상의 통폐합은 하루이틀 언급된 건 아니었다. 최근 예능 트렌드가 비연예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연말 시상식에 마땅히 상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KBS 연예대상도 결국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 모두에게 대상을 줬다. SBS는 2년 전 '미운 우리 새끼' 엄마들이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 유력한 후보였던 백종원이 무관에 그치자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배우로 데뷔한 지 수십년이 된 사람이 예능에서 신인상을 받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올해도 KBS와 SBS 연예대상서 무분별한 상 퍼주기가 시작됐고 뜻 모를 상 이름도 남발됐다. SBS 명예사원상이라는 받고도 찝찝한 상과 연예대상에서 SNS 스타상을 주는 등 그럴싸한 이름만 지어 트로피에 새기는게 비일비재하다. 한해 예능을 위해 뛰어준 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는 제작진의 뜻은 알겠으나 상의 무게감은 한없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김구라의 촌철살인이 통했다. 그는 2019 SBS 연예대상에서 8명의 대상 후보 중 한 명이었고 김성주과 생방송 중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그는 "내가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될까 걱정이다. 구색 맞추려고 8명 넣은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다 알면서 그러냐"며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하다. KBS(연예대상)도 시청률이 안 나왔다. 5년·10년 된 국민 프로가 많다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 받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쓰잘데기 없는 사람 빼고 신동엽·백종원·유재석 정도만 대상 후보를 하는 게 긴장감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김구라기에 가능한 멘트도 서슴지 않았다. "3사 본부장 만나서 얘기 좀 해라.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안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이건 3사 본부장이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 생각할 것이다"고 외쳤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네 시간여 의미없는 시상식으로 진이 빠진 시청자들은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예대상으로 인해 상승세를 달리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도 결방해 더더욱 원성이 많았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사실상 3사를 통합하는건 불가능하지만 김구라의 말에 지상파 예능국이 어떻게 응답할지는 기대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