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선 정국은 대한항공 백업 공격수들에게는 기회다. 사진 = KOVO 제공 올림픽 예선 정국에 돌입한 남자 배구 각 구단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했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선수가 많은 팀은 전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OK저축은행, 한국전력처럼 공백이 없는 팀은 이 시기에 반드시 승수 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불가피한 변수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늘려 성장을 유도하고 전술 활용도를 두루 점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7구단 가운데 최다 인원(4명)이 차출됐다. 공격의 시작인 세터 한선수, 끝인 레프트 정지석, 살림꾼 곽승석 그리고 센터 김규민이 22일 한국전력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1월 5일부터 시작되는 브레이크까지는 두 경기뿐이다.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큰 부담은 아니다.
박기원 감독은 이 시기에 손현종(27), 임동혁(19), 김성민(25) 등 백업 공격수들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손현종은 지난 시즌까지 KB손해보험에서 주전급으로 뛴 선수다. 3년 차 임동혁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성민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기 때문에 감독의 확인이 필요한 선수다.
세 선수가 임시 주전을 겨냥해 나선 29일 KB손해보험전. 대한항공은 세트 스코어 1-3으로 완패했다. 선발로 나선 손현종과 임동혁 모두 부진했다. 손현종은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이 좋지 않았다. 다른 경기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 모습이 잦았다. 주포지션이 라이트인 임동혁은 서브 리시브를 받아야 하는 윙스파이커로 나선 탓에 약점을 드러냈다. 상대 공격수 김정호의 강서브가 연달아 그에게 향했다. 원활한 연결이 이뤄지지 않게 되자 선수는 자책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림픽 예선 정국은 대한항공 백업 공격수들에게는 기회다. 사진 = KOVO 제공 분위기 전환을 위해 투입된 김성민은 리시브와 공격 모두 가장 나았다. 경기 흐름, 블로커 움직임을 잃고 침착하게 연타 공격을 성공시킨 장면도 돋보였다. 이날 외인 비예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10점)을 했다.
임동혁의 레프트(윙스파이커) 기용은 모험이다. 사령탑은 정지석, 곽승석이 없는 상황일수록 공격적인 태세로 상대를 압박하는 게맞는다고 봤다.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심리까지 바로 잡지 못하는 악순환이 됐다. 서브, 오픈 공격 등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손현종은 4세트에는 비교적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유광우의 세트에 적응하는 게 관건이다. 김성민은 경기 감각 회복이 먼저다.
국가대표 선수가 차출된 상황에서 치르는 경기는 1월 4일 우리카드전이 마지막이다. 공식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이 복귀한 뒤에도 백업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체력 안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외인 가스파리니의 컨디션 저하 탓에 변수를 맞이한 대한항공이다. 백업 선수의 기량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요인을 두루 감안했을 때, 백업 3인에게 남은 한, 두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확인한 문제점을 다스리는 움직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