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2020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종합 가구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에 기반을 둔 홈인테리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특히 7조원에 달하는 홈케어 시장에 진입해 한샘에 진하게 박혀있던 고정관념도 깨부순다. 업계는 매출 10조원과 글로벌 진출, 한샘의 브랜드 파워 강화를 선언한 강승수 한샘 신임 회장의 뉴한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세탁기·싱크대 청소도…홈케어 시장 뛰어든 한샘 한샘은 종합 가구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리모델링 패키지인 ‘리하우스’를 시작하면서 본업인 가구와 함께 인테리어 분야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한샘이 사뭇 다른 변화를 시작했다. 지난 20일부터 집안 전반의 위생을 관리하는 홈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홈케어란 주거환경 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한샘은 그동안 침대 매트리스 청소와 살균 서비스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가구·부엌·욕실·가전 등에 걸친 종합 관리서비스인 '한샘홈케어'로 확장을 선언했다.
한샘홈케어는 키친바스케어·가구케어·가전케어·주거환경케어·단열상품 등 크게 5개다. 부엌과 욕실 공간이 대상인 키친바스케어는싱크대 후드의 기름때를 청소하는 '후드케어', 욕실 얼룩과 곰팡이를 방지하는 '욕실줄눈케어' 등이 포함된다. 보통 이사를 하거나 청소가 필요한 집에 필요한 서비스다.
가정 내에서 진행하기 힘든 가전제품 세척도 한다. 세탁기 서비스의 경우 세탁기 안쪽까지 정밀 분해해 세척·살균을 진행한다.
한샘의 7조 홈케어 시장 틈새 파고들기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케어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으로 추산된다.
집안 곳곳의 위생부터 가전 관리까지 하는 홈케어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생활가전 업계는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렌털업에 제품 관리까지 포함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렌털과 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케어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의 냉장고·세탁기·정수기·에어컨 등을 구매한 고객에게 정기적인 케어 서비스까지 묶어 판매하는 것이다.
성과도 쏠쏠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케어솔루션 부문에서 29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15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가전제품을 교체할 때까지 부가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LG전자는 케어서비스를 할부 판매 보다는 서비스 판매로의 확대 차원에서 사업에 접근하는 중이다. 서비스 월 정액제와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웅진코웨이·교원웰스 등이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제품과 가구 중에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브랜드와 업체의 제품도 적지 않다. 소비자 중에는 집안 전체의 위생 관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샘은 50년 전통을 가진 전문 가구·인테리어 기업으로서 홈케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한샘 관계자는 “홈케어 시장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 구조적인 변화와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한샘 향한 강승수의 승부수
강승수 한샘 신임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사에서 “매출 10조원,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샘은 2013년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 평균 20%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끝에 2017년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경직하면서 매출 규모도 다소 축소됐다. 10조원에 달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강 신임 회장은 IT기술을 결합한 홈인테리어 사업과 토탈 홈인테리어 공간 패키지에서 답을 찾고 있다.
한샘은 지난 5월 신세계아이앤씨와 홈 사물인터넷(IoT) 관련 상품 및 서비스의 공동 개발 등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구글 홈·크롬캐스트 등 구글 디바이스 상품의 국내 단독 총판을 담당한다. 한샘은 신세계아이앤씨와 협력을 통해 국내 인테리어 가구사 중 선도적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홈 IoT 상품에 접목하게 됐다.
이보다 석 달 앞선 1월 한샘은 유럽 최대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의 프리미엄 부엌 브랜드 '키친바흐'와 '유로' 전용 상품을 내놨다.
강 신임 회장은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겠다”며 “홈 인테리어 사업에 IT 기술을 접목해 고효율,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엌가구 1등에 안주하지 않고, 가정용가구와 리모델링 패키지를 준비해 신사업을 성공시킨 것처럼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 홈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샘은 긍정적인 이미지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7일 정기임원 인사에서 대외협력실 이주영 실장을 상무로 올렸다.
한샘은 지난해 불매운동에 휘말리며 고전했다. 이후 한샘은 친 여성 기업을 지향하고 대리점과의 상생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매운동 고비를 넘긴 한샘은 이 상무를 통해 뉴한샘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 신임 회장은 "과거 50년을 돌이켜 보면 한샘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였다. 이제 새로운 50년의 도전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샘 관계자는 “각 부서별로 사업 목표를 정비하는 등 2020년을 맞아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