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 IS포토 2020년 KBO리그에선 신구 마무리 투수의 뜨거운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베테랑 마무리는 건재함을, 마무리 2년 차를 맞는 신예 클로저는 입지 굳히기에 도전한다.
지난해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는 대거 바뀌었다. 두산(함덕주→이형범)과 SK(김태훈→하재훈) 키움(조상우→오주원) LG(정찬헌→고우석) 등 상위 팀은 물론이고 KT(김재윤→이대은) KIA(김윤동→문경찬) 롯데(손승락→박진형·구승민·손승락) 등 하위 팀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더블 스토퍼 체제를 유지, 한화 정우람과 NC 원종현 두 명만 고정 마무리로 활약했다.
올해 가장 관심을 끄는 마무리는 단연 오승환(38)이다. 2013년 종료 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뒤 다시 국내로 복귀한다. KBO리그 최다 세이브(277개) 기록 보유자인 그는 내년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세이브 1개를 추가하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미국 42개, 일본 80개)를 달성하게 된다. 오승환의 복귀는 리그 흥행에 활력소를 더할 요소로 손꼽힌다. 여전히 정상급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그가 후배들과 경쟁에서 8년 만이자, 개인 6번째 구원왕에 오르며 왕좌를 탈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018년 구원왕 출신의 한화 정우람(35)은 지난 11월 4년 총 39억 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책임감이 커졌다. 지난해 팀 성적 하락 속에 마무리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4승3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103세이브를 올린 안정감과 제구력이 강점이다.
롯데 손승락(38)은 명예 회복에 도전한다. 지난해에는 시즌 도중 마무리 보직을 후배에게 내줘 10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도전이 좌절됐다. 오승환과 동갑내기인 손승락은 리그 최다 세이브 2위(271개)에 올라있다. 허문회 신임 감독 체제에서 마무리 보직을 되찾고, 명예 회복에도 성공할지 관심을 끈다. 병마와 싸워 이겨낸 NC 원종현(33)은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 투수를 맡아3승3패 31세이브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마무리 2년 차' 신예들은 젊은 피를 앞세워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다. 마무리로 첫 시즌을 보낸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팀 내 입지를 굳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마이너리그 유턴파' SK 하재훈(30)은 투수 전향 첫 시즌에 구원왕(36개)에 오르며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2019년 2차 2라운드 16순위로 입단한 그는 시즌 도중 마무리 바통을 넘겨받아 5승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에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역시나 '마이너리그 유턴파' KT 이대은(31)은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뒤, 마무리로 옮겨 KT의 5강 경쟁을 이끌었다. 선발로는 1승2패 평균자책점 5.88에 그쳤으나 마무리로 옮긴 후엔 3승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42로 안정감을 선보였다.
고우석(22)은 지난해 LG가 발견한 가장 큰 수확이다. 2017년 1차 지명 투수인 그는 4월 말 마무리를 맡아 8승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 150km를 넘는 직구가 강력한 무기다. KIA 문경찬(28) 역시 시즌 도중 마무리로 옮겨 24세이브를 올렸다. 보직 특성상 규정이닝을 채울 순 없지만,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평균자책점(1.31)과 이닝당 출루허용률(1.000)이 가장 낮았다. 직구 구속은 140km 초중반에 그치지만 그만큼 안정감을 갖췄고 배짱이 두둑하다는 평가다.
두산 이형범(26)은 보상선수 신화를 썼다. 양의지의 FA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이형범은 함덕주의 부진 속에 6승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6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인 함덕주도 두산의 마무리 후보 중 한 명이다. 6월부터 마무리로 옮겨 18세이브를 올린 키움 오주원(35)은 아직 FA 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오주원에게 마무리를 내줬으나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에서 무서운 기세를 올린 조상우(26)가 어떤 보직을 맡을 지도 관심사다.
정규시즌 활약도에 따라 2020년 도쿄 올림픽 대표팀 승선 여부도 걸려 있어 신구 마무리 투수 경쟁은 더욱더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