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이 작년 연말 빅딜에 주목받았다. 1조7400억원이라는 거액에 렌털업체 웅진코웨이를 인수, 성장 중인 구독경제 사업을 새 먹거리로 확보해서다. 구독경제 사업은 게임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어 넷마블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본업인 모바일 게임이다. 넷마블은 2017년 매출 2조원대 시대를 열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8년과 2019년 2년에 거쳐 신작이 계획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지식재산권)의 모바일 게임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넷마블이 2020년 모바일 리더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의 흥행신화를 다시 재현해야 한다. 넷마블은 이를 위해 연초부터 웰메이드 신작 출시에 시동을 거는 등 재도약에 나선다.
‘강한 넷마블’ 주문한 방준혁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일 경영진과 전사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시무식에서 ‘강한 넷마블’을 주문했다.
방 의장은 “지난 몇 년간 조직문화개선 등 ‘건강한 넷마블’은 정착이 잘 이뤄져 왔다”며 “올해는 ‘업’의 본질인 게임 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강한 넷마블’도 완성될 수 있도록 다들 같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방 의장이 본업을 강조한 것은 최근 2년간 게임 사업이 답보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말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 레볼루션’ 출시 이후 대형 신작의 흥행 소식이 사라졌다.
2019년에는 신작 출시 자체가 뜸했다. 5월 ‘킹오브파이터 올스타’, 6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BTS월드’, 8월 ‘쿵야캐치마인드’ 정도다.
이들 신작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일곱 개의 대죄는 한국과 일본에서 애플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넷마블의 대표적인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이나 블소 레볼루션처럼 대박이 난 신작은 나오지 않았다.
신작 부재와 부진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넷마블은 2017년 매출이 2조424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첫 2조원대 진입이라는 흥행사를 썼다. 그러나 2018년에는 2조213억원으로 2조원대를 지켰지만 4000억원 가량이 줄었다. 작년에는 2조2500억원(추정치) 가량으로 추정되는데, 2017년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신작을 과거처럼 빨리 개발해 내놓은 게 힘들어졌다”며 “모바일 공룡이라고 하는 넷마블도 마찬가지여서 계획했던 신작을 제때 출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웰메이드 신작 줄줄이 출격 대기 넷마블은 올해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면 모바일 왕좌를 재탈환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리니지M’에 이어 ‘리니지2M’까지 빅히트를 친 엔씨가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마블은 2020년에는 어떻게 해서든 엔씨를 위협할 흥행작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잘 아는 넷마블은 연초부터 모바일 시장 공략의 고삐를 쥔다.
넷마블은 오는 22일 모바일 신작 ‘A3:스틸얼라이브’의 미디어 쇼케이스를 연다.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이 게임은 모바일 최초 배틀로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전략과 컨트롤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방식의 ‘30인 배틀로얄’이 강점이다.
또 동시간 전체 서버의 이용자와 무차별 PK(대인전)을 즐길 수 있고, 공격·방어·지원형 등 각양각색의 특색을 보유한 소환수의 진화 ‘소울링커’ 등도 준비돼 있다.
‘매직:마나스트라이크’는 올해 넷마블 신작 중 가장 먼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전 예약자를 모집하고 있는 이 게임은 TCG(카드게임) 장르의 원조인 ‘매직: 더 개더링’ IP를 활용한 모바일 실시간 전략 대전 게임이다. 원작 카드와 세계관을 고품질 3D 그래픽으로 재현했으며, 전 세계 이용자와 실시간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올해 2분기에는 대작급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2’가 출격할 예정이다. 넷마블의 장수 인기작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게임은 영웅만을 집중해 성장하는 기존 MMORPG와 달리 다양한 영웅을 수집하며 그룹 전투를 하는 차별화된 게임성이 특징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신작들도 많다. 또 다른 세븐나이츠 차기작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한편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과 스토리를 담은 모바일 MMORPG ‘제2의 나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두의마블’의 차세대 글로벌 버전인 ‘리치워츠’와 스포츠 게임 ‘마구마구’ IP를 활용한 ‘극열 마구마구(가제)’, ‘스톤에이지’ IP를 기반으로 한 ‘스톤에이지M’, 넷마블의 장수 온라인 게임 ‘야채부락리’를 모바일로 재탄생시킨 신작 등도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우리 본업인 게임 사업에서 한동안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며 “올해는 이를 끊어내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웰메이드 신작들이 많이 준비돼 있어 ‘강한 넷마블’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