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시장이 일본차 불매운동과 일부 디젤차의 물량 부족으로 3년 만에 후진했다. 수입차 하락세에도 벤츠는 점유율을 32%까지 끌어올리며 4년 연속 '왕좌' 타이틀을 지켰다. '효자상품' E클래스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벤츠 뒤를 밀어줬다.
벤츠 역대급 판매…한국GM도 제쳤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26만705대) 대비 6.1% 감소한 24만4780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가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6년(-7.6%) 이후 처음이다.
2018년에 역대 최대 실적(26만706대)을 기록한 수입차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왔지만, 지난해는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일본 5개 브랜드 판매량이 추락했고, 인증절차가 강화된 탓에 일부 브랜드들이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 만에 역성장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두 메르세데스 벤츠는 더욱 가속페달을 밟고 치고 나갔다.
지난해 벤츠의 국내 연간 판매량은 7만8133대로 2년 연속 수입차 업계 1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도 31.9%나 차지해 전년(27.1%)보다 커졌다.
특히 벤츠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7만6471대) 마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순위는 현대차(74만1842대), 기아차(52만205대), 쌍용차(8만6859대), 르노삼성(8만6859대), 벤츠, 한국GM 순으로 집계됐다. 연간 전체 판매실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 완성차 업체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벤츠가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를 통틀어서는 물론이고 한국GM마저 앞서는 데 첨병 역할을 한 모델은 중형 세단 E클래스다. E클래스는 지난해 총 3만7717대가 판매돼 벤츠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는 단일 모델로는 수입차에서 처음 10만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C, GLC쿠페, GLE 등도 총 1만4415대 팔려 실적을 견인했다.
BMW는 하반기 들어 회복했으나 전년보다는 12.5%나 감소한 4만4191대 판매에 머물렀다.
추락한 일본차…불매운동에 -19%↓
일본차 브랜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총 3만6661대 팔려 전년(4만5253대)과 비교해 19.0% 추락했다.
본격적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 전후 실적을 비교하면 상반기(1∼6월) 2만3482대 팔리며 전년 같은 기간(2만1천285대)보다 10.3% 증가했던 일본차 판매는 하반기(7∼12월) 1만3179대로 전년 동기(2만3968대) 대비 45.0% 감소해 크게 줄었다.
일본 브랜드 중에는 닛산이 작년 판매 3049대로 전년(5053대)보다 39.7% 급감했고, 도요타도 1만6774대로 36.7% 떨어졌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1만2241대)는 8.2%, 닛산의 인피니티(2000대)는 6.1% 판매가 감소했다. 혼다(8760대)는 유일하게 10.1% 증가했다.
반기 성적표로 비교하면 불매운동 전후 실적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혼다의 상반기 실적은 전년 상반기보다 94.4% 증가하며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8.9% 감소하며 연간 실적에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렉서스 역시 상반기 33.4% 증가, 하반기 45.2% 감소로 비슷한 패턴을 보였고, 인피니티도 상반기 3.7% 증가, 하반기 16.6% 감소 성적표를 받았다.
닛산은 상반기 25.4% 감소에서 하반기 55.2% 감소로, 토요타는 상반기 24.3% 감소에서 하반기 49.1% 감소로 각각 하반기에 판매 감소 폭이 커졌다.
다만, 작년 말 일본 브랜드들이 판매 회복을 위해 할인 등에 나서면서 12월 실적은 전년 12월과 비교해 대부분 올랐다.
도요타는 전달보다 69.6% 늘어난 1323대를 판매했다. 혼다는 같은 기간 130.7% 증가한 1045대를 기록했다. 혼다(8760대)는 지난해 전체로도 일본차로는 유일하게 판매가 10.1% 늘었다.
'1만대 클럽' 가입한 볼보·지프·미니
수입차 인기의 한 척도로 불리는 ‘1만대 클럽’에는 BMW 계열로 꾸준한 인기인 미니(1만222대), S90 등 새 모델로 주목받은 볼보(1만570대)와 미국차로는 드물게 지프(1만251대)가 처음 들어갔다.
대폭 할인 등을 앞세운 아우디는 4.2% 감소한 1만1930대로 자존심은 지켰다. 아테온 등으로 재기를 노린 폭스바겐은 인증 지연 등에 수입차 중 가장 큰 감소율(-44.7%)을 보이며 8510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벤츠 E300으로 1만3607대가 신규등록됐으며 벤츠 E300 4매틱이 1만259대로 두 번째 자리에 올랐다. 이어 렉서스 ES300h(7293대), 폭스바겐 아테온 2.0 TDI(5595대), BMW 520(5461대), 포드 익스플로러 2.3(4537대) 등이 뒤를 이었다.
박은석 수입차협회 이사는 “지난해 수입 승용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 부족과 감소세 등으로 2018년 대비 감소했다"며 "새해는 새 모델을 앞세운 BMW, 아우디,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차 등의 재기 여부와 한·일 관계에 따른 일본차 동향이 전반적인 수입차 신규 판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