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에 출전하고 있는 남자 배구가 준결승에 올랐다. 주장 신영석(34)이 벼랑 끝에 있던 대표팀을 구했다.
대표팀은 9일 중국 장먼스포센터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 B조 3경기, 카타르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18, 28-26, 22-25, 20-25, 15-13)로 승리했다. 예선 B조에서 2승1패, 승점 6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초반부터 기선 제압이 절실했다. 같은 B조 호주가 앞서 열린 인도전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두며 예선 전적 2승1패, 승점 5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종전에 1승1패, 승점 4점을 기록한 대표팀은 반드시 승점 2점 이상 확보해야 했다.
2세트까지는 기세가 좋았다. 1세트 초반부터 신영석, 최민호 센터라인이 돋보였다. 속공 1개와 블로킹 2개를 합작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상대 범실 2개가 나오며 6-1로 앞선 상황에서는 박철우가 서브 에이스까지 성공시켰다. 신영석은 개인 시간 차로 대표팀의 1세트 10번째 득점을 해냈고, 이어진 수비에서도 상대 레프트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았다. 점수를 8점 차까지 벌려 놓았다.
세트 후반에는 정지석과 한선수, 대한항공 듀오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오픈 공격을 2연속으로 성공시켰다. 대표팀은 상대 범실과 최민호의 서브 에이스를 묶어 세트 포인트에 다가섰고, 정지석이 퀵오픈을 성공시키며 세트를 끝냈다. 상대의 추격 기세를 조기에 소멸시킨 점이 좋았다.
2세트는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전열을 정비한 카타르는 나디르 아바바카르, 이브라힘 이브라힘을 활용한 중앙 속공을 쏟아내며 점수 쟁탈전을 응수했다. 대표팀은 신구 조화로 상대의 기세에 맞섰다. 세트 중반에는 정지석이 빛났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쳐내기 공격을 두 번 연속 성공 시켰고, 강서브로 수비 성공을 유도했다. 에이스 득점까지 해냈다.
정지석이 흔들릴 때는 베테랑 박철우가 나섰다. 센터 라인 최민호와 김재휘 그리고 신영석이 분전하며 간신히 듀스 승부를 끌고간 뒤에는 박철우가 박빙 승부를 지휘했다. 연속으로 터치 아웃 득점을 끌어내며 1점 차 리드를 이끌었다. 대표팀은 27-26에서 카타르의 수비가 흔들리며 네트를 넘어온 공을 전광인이 다이렉트로 꽂아 넣으며 2세트까지 가져갔다.
준결승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3, 4세트 모두 내줬다. 리시브 집중력이 크게 흔들렸고, 연결도 원활하지 않았다. 3세트 후반에는 리베로 정민수의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하며 인해 먼저 25점을 내줬다. 4세트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세트 정확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잘 막던 상대 주포 제랄도그라시아노에게도 오픈 득점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5세트도 2점 뒤진 채 8점을 내줬다. 이미 조 2위를 확보한 카타르와 패하면 탈락하는 대표팀의 차이가 스코어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주장이 진가를 발휘했다. 신영석이 9-10에서 속공 득점, 10-11에서 상대 블로커에 맞고 나온 공을 바로 꽂아 넣어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점수 차가 많이 날 때도 누구보다 큰 소리로 포효하며 팀원을 독려한 신영석이다. 중요한 순간에는 득점 기여까지 했다. 그의 기운이 대표팀을 깨웠다. 11-11에서 상대의 네트 터치 반칙으로 앞서가기 시작했고, 박철우의 오픈 공격과 전광인의 블로킹으로 먼저 매치 포인트를 올렸다. 14-13에서 상대 서브 범실이 나오며 극적으로 승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