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사재기 논란이 연일 확대되는 가운데 음원 플랫폼만큼은 조용하다. 사재기 근절을 위해 차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을 비롯한 플랫폼 내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재기 의혹들을 심도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소속 공무원의 현장출입 또는 서류검사(음원 데이터 조사) 권한을 담은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5월 발의돼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입법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로는 후속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8년 닐로·숀이 요청한 사재기 의혹 해소에 "사재기인지 아닌지 결론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로 진전사항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가요계 의혹은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작된 세계 – 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를 통해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며, 제보자의 말을 빌려 "컴퓨터 한 대에 유심을 쭉 끼워놓고 몇 만개의 아이디로 플레이를 한다. (음원차트) 아이디 비번 생성기를 사용해서 매크로를 돌리는 거다. 휴대전화 기종까지 조작을 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무작위로 고른 곡을 48시간 동안 테스트를 통해 순위를 올리는 방법을 보여줬고, 음원 사이트 아이디 수만 개와 아이피 구매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송하예의 음원 사재기 정황을 포착했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속사 더하기미디어 홍보 대행사인 앤스타컴퍼니 관계자가 두 대의 컴퓨터로 송하예의 '니 소식'을 재생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억울하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에 사과 요청을 하거나 설명회를 열어 사실무근의 입장을 밝혔다. 송하예 측과 앤스타컴퍼니는 "명예훼손"이라며 정민당 창당위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앤스타컴퍼니는 "해당 방법에 동원된 아이디는 주변사람들 인맥이었고 사재기가 아니라 테스트하는 시연 영상"이라며 "사재기는 억측이다"고 반박했다.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은 "불법 시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매크로 등의 접근을 원천 차단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의혹 속에 원론적인 답변만 오갈 뿐, 실시간 차트 시스템 재편이나 사업자간의 심도 싶은 논의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문체부와도 일반적인 현안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더 나아가 차트 개혁에 대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
멜론은 "차트 순기능을 지키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다. 외부 요인이 차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상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엠넷닷컴과 통합한 지니뮤직은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본인 인증 절차도 강화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재기신고센터에서 의심 음원 신고가 들어와 요청한다면 성실히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정상생센터는 콘텐츠 산업의 불공정한 거래관행 개선 및 공정한 거리질서 확립을 위해 만들어졌다. 문체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사재기 신고 등의 절차를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재기 관련 신고 건수는 없었다.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 신고인이 관련업에 종사하는 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서류는 반환도 안 되기 때문에 신고 자체에 부담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번 의혹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데, 누군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본다. 정부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나서서 의혹 해소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