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019시즌에 5할 승률(71승·2무·71패)을 기록하며 창단 최고 성적은 낸 원동력은 마운드 전력 강화다. 셋업맨과 마무리투수 그리고 롱릴리버와 추격조를 명확하게 나눠 운용한 이강철 감독의 선택과 뚝심이 통했다.
이 감독은 선수의 의지를 잘 헤아리는 지도자다. 무리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먼저 다가서 선수의 의향을 묻고, 과욕을 제어한다. 투수, 타자 모두 마찬가지다. 팀에 헌신하는 자세를 보이는 선수에게는 한 마디라도 직접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투수는 시즌 내 등판뿐 아니라 시즌별 컨디션 안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시즌에 셋업맨을 맡았던 우완투수 주권(25)은 특별 관리 대상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에는 (주)권이의 활용과 등판에 대해서 보다 각별히 접근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리그 불펜 투수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이 등판(71경기) 했다. 이닝(75⅓이닝)은 가장 많다. 이전에도 80이닝 이상 던진 시즌은 있었다. 선발 등판이 포함됐다. 불펜 투구 뒤 등판하지 않은 상황까지 합치면 80회 이상 대기 했다고 볼 수 있다.
주권은 2점(2.99)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홀드 4위(25개)에 오른 불펜 주축이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차기 시즌에도 키플레이어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풀타임 불펜투수로 첫 번째 시즌을 치른 그가 부침을 겪지 않도록 전략적인 배려를 할 생각이다. 활용 상황에 대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닝과 등판 수를 안배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제자리를 찾고, 기량까지 올라온 선수를 무리시키지 않는다.
기존 셋업맨의 이닝을 줄이려면 대체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주권은 우투수지만 좌타자에게 더 강한 역 스플릿 성향이다. 2019시즌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31)이 우타자(0.233)보다 더 낮았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1월 마친 마무리캠프에서 성장세를 보여준 좌투수들에 좌타자 봉쇄를 기대하고 있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하준호(31)는 이미 지난 시즌 막판에 1군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제구와 변화구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 1라운더 박세진(21)은 선발 활용까지 염두에 둘만큼 기량과 정신력 모두 나아졌다.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이창재(28)도 감독이 대안으로 점찍었다.
좌우 유형에 상관없이필승조 확보도 계획이 있다. 지난 시즌 4선발 김민수(28), 2년 차 손동현(19) 등 이닝 소화 능력이 있는 투수들이 선발 경쟁을 유도한 뒤 성향과 기량을 두루 감안해 불펜 자리도 채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