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AFC 홈페이지 '박항서 매직'을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하다. 제물이 될 상대는 다름 아닌 북한이다.
'쌀딩크' 박항서(61)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나선 베트남은 13일 태국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요르단과 0-0으로 비기면서 또다시 승리에 실패했다. 앞서 1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0-0으로 비겼던 베트남은 2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에 그치며 승점 2점으로 조 3위에 위치했다.
UAE와 요르단이 각각 승점 4점으로 1, 2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조별리그를 통과하기 위해선 최종전 북한과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베트남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16일 열리는 최종전 북한전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다. 베트남이 북한전에서 승리한다면 승점 5점으로, 같은 날 열리는 1위 UAE와 2위 요르단의 경기 결과에 따라 조 2위를 노려볼 수 있다. 둘 중 한 팀이 승리해서 승점 6점이 되고, 베트남이 승리해 승점 5점이 되면 8강 진출의 길이 열린다.
문제는 UAE와 요르단이 비길 경우다. 베트남이 이기고 두 팀이 비길 경우 세 팀 모두 승점 5점으로 동률이 돼 계산이 복잡해진다. 두 팀이 서로 골을 주고 받아 1-1 이상으로 비길 경우엔 베트남이 탈락하게 된다. 반면 두 팀이 득점 없이 비기고, 베트남이 북한을 2골 차 이상으로 제압한다면 조 2위 이상이 확정된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만큼, 베트남 입장에서는 일단 북한전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필수조건이 됐다.
베트남 대표팀이 8강 진출을 하기 위해선 2골 이상 차 승리가 필요하다. 사진=AFC 홈페이지 문제는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베트남의 답답한 화력이다. 이날 요르단전에서도 상대 공세에 밀려 좀처럼 자기 진영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 베트남은 좀처럼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이지 못했다. UAE전에 이어 요르단전까지 유효슈팅 2개에 그친 빈약한 화력이 북한을 상대로 얼마나 개선될 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조 최약체라고는 하나, 앞서 두 경기에서 보여준 공격력이라면 다득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북한 역시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약 베트남이 8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2020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운명의 한 판이 성사될 수도 있다. 2연승을 달리며 8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은 한국은 최종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 혹은 2위로 8강에 오른다. 한국이 C조 1위가 되고 베트남이 D조 2위가 될 경우 8강에서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2018년 대회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매직'은 스즈키컵 우승,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아시안컵 8강 진출 등 매 대회마다 화려하게 빛났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적을 만들어낸 '박항서 매직'이 또 한 번 베트남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과 맞대결이 성사될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