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는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다. 여기에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쳐 통산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지금의 KIA 타이거즈는 어떤가.
간판선수가 양현종과 최형우뿐이다. 지난해 10승 투수(양현종) 두 자릿수 홈런 타자(최형우)를 겨우 한 명씩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과거의 명성은 사라지고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지도 아주 오래된 KIA의 현주소다.
KIA는 최근 몇 년간 최형우의 FA 영입을 제외하면, 트레이드와 방출생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전력 보강을 시도했다.
이번 겨울도 마찬가지다. 두산에서 방출된 홍상삼(30)을 데려왔고, SK와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나주환(36)을 데려왔다. 당장은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팀 전력 강화를 꾀할 만한 근본적인 보강책이 될 순 없다. 홍상삼은 최근 6년간 2승5패 평균자책점이 6.65에 다다르고, 나주환은 올해 타율 0.222에 그친 데다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의 베테랑이다. 더욱이 안치홍의 롯데 FA 이적을 나주환으로 메울 수도 있다는 판단은 안일하다. 안치홍의 이적으로 인한 큰 구멍을 조금이나마 티가 덜 나게 메울 순 있겠지만, 이는 전력 강화도 육성도 아닌 어정쩡한 방식에 불과하다.
KIA는 나주환 외에도 전현태(2015년) 서동욱(2016년) 등을 조건 없이 영입했다. 타 구단에서 방출된 정성훈과 임창용을 데려오며 '기회'를 줬다. 선수 이동이 적은 KBO 리그에서 적극적인 트레이드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이슈 생산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시도보다 성공 사례는 많지 않고, 베테랑을 계속 데려왔다. 팀 내 유망주를 내주는 출혈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우승과 맞바꿨다'는 평가나 2017년에는 우승 샴페인에 너무나도 목말랐던 탓에 '베테랑' 김세현과 유재신을 데려오는 대신에 '신예' 이승호와 손동욱을 넥센(현 키움)에 내줬다. 손동욱은 2013년 KIA 1라운드 5순위에 이승호는 2017년 KIA 2차 1라운드 4순위에 지명된 유망주로, 지금까지도 1라운드 상위 유망주를 한꺼번에 두 명이나 내준 트레이드로는 유일하다. 더군다나 둘 다 '귀한' 좌완 투수다. 반면 트레이드의 중심이던 김세현은 2018~2019년 2패 평균자책점 6.05에 그친 뒤 지난가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옮겼다. 지난해에는 김기태 감독 자진 사퇴 후엔 박흥식 감독 대행 체제에서 '3할 타자' 이명기를 NC에 내주고, 유망주 이우성을 데려왔다.
이처럼 트레이드와 방출생,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영입이 잦다는 건 그만큼 내부 전력이 탄탄하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내부 육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역시 몇 년째 고전하고 있다. 선수 육성이 원활하지 않다. 잠재력이 뛰어난 자원도 기량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2015년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타격 재능이 뛰어난 최원준(2차 1라운드)은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면 전 포지션에 기용됐다. 하지만 확실한 자기 포지션 없이 여러 자리를 떠돌다 수비 실책을 범해 자신감을 잃으면서 성장이 멈춘 상태다. 상당히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2019년 1차지명 투수 김기훈은 2군에서 제구력 등 충분히 보완할 시간을 갖지 않고 바로 1군에 투입됐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KIA의 육성 부족은 2차 드래프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세 차례의 2차 드래프트에서 7명을 데려오는 동안 겨우 3명(고효준, 김세현, 차일목)만 잃었다. KIA가 보호 선수 명단을 잘짰기 보다, 다른 구단에서 탐낼 만한 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다.
2014년 1차지명 제도가 부활한 이후 첫 번째로 지명권을 행사해 1군에 자리 잡기는커녕 크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도 없다. 그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야수진 주전을 보면 10년 전 발굴한 안치홍과 김선빈, 이제 막 주전으로 발돋움한 박찬호를 제외하면 모두 FA,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차지했다. 몇 년째 유망주에 머무른 선수가 넘쳐난다. 지난해 모처럼 마운드에선 새 얼굴이 몇몇 떠올랐는데 이 역시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은 상무나 경찰 야구단을 통해 기량 성장이 이뤄졌기에 KIA가 육성 시스템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팀 전력을 유지하는 데는 FA 영입, 트레이드 등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내부 육성이 탄탄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뿌리가 튼튼한 야구를 할 수 있다. KIA가 2017년 '반짝 우승'을 달성한 뒤 해마다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다. 2017년 우승 당시 이미 주전 노쇠화 경향이 뚜렷했지만, 이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또 트레이드나 방출생 영입은 팀 약점을 위한 것이지만 육성을 방해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적 관점으로 선수단 운영 및 육성을 계획하지 못한 것은 현장과 프런트의 능력 부족이다.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것 저것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외국인 감독(맷 윌리엄스)을 사령탑에 앉혔기 때문이다. 이번에 코칭스태프 방출 및 인선 역시 구단에서 판을 짜놓고 전적으로 주도했다. 선수단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당분간 외국인 선수 영입을 제외하면 트레이드나 2차 드래프트 등 외부 영입에선 감독의 의중보단 프런트의 생각이 반영될 여지가 훨씬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