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의 거인인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가 합병한다면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서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35.49%나 된다. 또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의 95.51%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가치를 높게 산정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합병 후 서 회장은 신주를 더 받게 되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서 회장의 셀트리온 지분율이 20% 내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의 지분이 60% 이상이다. 그래서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 회장은 지난 15일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 세 회사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주주들의 지분이 막대하기 때문에 서 회장 마음대로 합병을 결정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서 회장은 올해 말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등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지만 서 회장이 물밑에서 셀트리온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주도할 계획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세 승계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2세 경영에 대해 “이사회 의장을 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사회 의장을 하려면 오너가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합병이 2세 승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1984년으로 30대 중반이다. 2014년 셀트리온 생명공학연구소에 입사했고, 2017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선임되는 등 경영능력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의 핵심부서인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으로 합류하는 등 승계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제품개발부문에서 관여하고 있는 R&투자금은 셀트리온 매출의 30%에 육박한다. 2018년 9812억원의 셀트리온 매출 중 R&D 투자금은 2890억원에 달했다.
서 수석부사장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경험이 부족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서 회장은 경영 승계 속도를 늦추는 대신 지배력 강화를 공고히 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서 회장으로서는 그룹 장악력을 바탕으로 아들이 향후 셀트리온을 경영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3형제가 합병된다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회계 감사’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합병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합병을 통한 수급 상황 개선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소액주주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2018년 셀트리온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할 때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힘이 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합병 이슈에 대해 다음달 17일까지 공시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