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IS포토 21일 열린 2020년 KBO 제1차 이사회는 리그의 많은 변화를 암시했다. 현역선수 엔트리가 27명 등록, 25명 출전에서 28명 등록 26명 출전으로 증원되고 부상자명단이 새롭게 운영된다. 지난해 잦은 판정 논란에 휩싸였던 3피트 위반 자동아웃이 폐지되고 최저 연봉 인상(2700만원→3000만원) FA 등급제 등이 단계별로 적용된다. 여기에 프로야구 사상 첫 샐러리캡이 생기고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리스트밴드) 사용 건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샐러리캡 부담 NO?
2023년부터 시행이 확정된 샐러리캡은 선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다. 연봉 총액 상한액을 정해놓고 구단을 운영해야 하므로 자칫 '파이 나눠 먹기'로 비칠 수 있다. 특정 선수가 너무 많은 연봉을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가 받게 될 연봉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KBO가 FA 몸값 폭등을 우려해 '80억원 상한제' 도입을 제안했을 때 이에 반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금액 제한'에 민감하다.
그런데 이번에 결정된 샐러리캡은 선수들이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이사회에서 정한 샐러리캡 상한액은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의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의 금액을 더해 10개 구단 평균을 낸 뒤 그 평균 금액의 120%가 기준이다.
KBO는 이사회에 앞서 2018년과 2019년에 대한 샐러리캡 상한액을 시뮬레이션을 돌려 결과를 도출했다. KBO 관계자는 "예상 상한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현재 구단 상황을 적용 때 한 구단 정도만 오버되더라. 운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크게 저촉될 우려는 없다"고 했다. 구단들이 샐러리캡 때문에 갑자기 지갑을 닫는 상황은 연출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명목은 샐러리캡이지만 선수들 개인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참고용 페이퍼, 왜 투수는 제외?
이사회는 현재 외야수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 경기 중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에 대해서도 합의를 끝냈다. KBO는 '그라운드에서는 투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확대 허용하고, 벤치에서는 투수를 포함해 모든 선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투수만 허용 대상에서 제외한 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포괄적으로 사용 중이다. 과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8년 9월 2일(한국시각) 필라델피아 불펜 투수 오스틴 데이비스가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 중 페이퍼를 꺼내 정보를 체크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3루심 조 웨스트 심판이 데이비스의 페이퍼를 압수했다. 41년 차 베테랑인 웨스트 심판은 야구 규칙 6.02(c)(7)에 명시된 '투수는 어떤 이물질도 외부에서 가져가선 안 된다'는 조항에 저촉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튿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데이비스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에서 투수는 왜 빠졌을까. KBO 관계자는 "실행위원회에서 얘기가 됐던 부분인데 어차피 페이퍼를 포수가 갖고 있으니까 '투수까지 같이 보면 경기 스피드 업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리그 시스템상 포수가 리드하는 부분이 큰데 포수와 투수가 모두 페이퍼를 보고 있으면 경기 시간이 늘어질 수 있다. 일단 진행해보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할 계획이다"고 여지를 남겼다.
경기 시간 단축은 KBO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이번 이사회 결정 중 비디오판독 소요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인 것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 사용 대상에서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